[휴대폰업계 빅뱅이 시작됐다](하)특화된 사업만이 살길이다

휴대폰 세계시장 규모가 7억대까지 급팽창하면서 휴대폰 시장이 다국적 기업들의 머니게임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중견 휴대폰업체들의 생존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되는 시장상황을 감안,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창출할 수 있는 조직운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기업과의 정면승부가 아니라 각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특화된 사업에 집중해야만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공 사례에서 교훈을…’=인천에 위치한 모 휴대폰 업체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방식으로 단말기를 생산, 대기업에 공급하는 외주생산전문기업(EMS)이다.

 이 업체는 연구개발(R&D) 인력을 보유하지 않고, 단말기 생산만을 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 2003년 603억원에서 지난해 777억원으로 늘었다. 올 2월에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전 직원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생산에 전념하는 등 불황을 모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 회사 규모를 갖고 연구개발까지 한다면 무리수라는 판단에서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며 “생산전문기업 또는 연구개발 전문기업 등 갈림길에서 선택이 필요할 때”이라고 밝혔다.

 무선호출기(삐삐)에서 출발해 글로벌 톱5 도약에 나선 팬택계열, 2차 전지사업을 기반으로 GSM 전문 휴대폰 업체로 성장한 브이케이는 국내 휴대폰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상당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의 배경에는 독자브랜드 영업, 첨단 기술력 확보 등 타사들이 벤치마킹 해야 할 경영노하우들이 숨어 있다.

 최악의 경우 한계사업 철수 등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노스트림은 지난해 말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한 이스라엘 엠블레이즈로부터 1500만달러 투자유치가 성사됨에 따라 자회사 이노링스와의 합병을 법적으로 완료했다. 어필텔레콤은 결국 모토로라에 합병됐고, 기가텔레콤은 유티스타컴에 CDMA 연구개발분야를 매각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래도 시장은 있다’=전문가들은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 기업들에게 중남미, 중국 등 틈새시장 공략을 주문한다. 독자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현지 대형 유통업체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브라질·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휴대폰 시장은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 소비자들은 현지 로컬업체들의 휴대폰 품질에 실망해 한국산 및 글로벌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시장은 최근 TCL, 아모이 등 현지 로컬업체들의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 중국 제품에 실망한 현지인들의 학습효과로 인해 중국인들이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에 상당한 로열티를 갖고 있다”며 “이제는 전력을 추스려 다시 한 번 만리장성 공략에 나설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나만의 색깔을 갖자’=휴대폰이 디지털 컨버전스를 주도하면서 개발비용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력과 해외 영업유통망이 취약한 중견 중소 휴대폰 업체들은 이에 따라 전략적으로 공략할 특정지역과 특화된 단말기 개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메이저 빅5 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날로 확대되는 과도기에서 보다 냉정한 대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도피처가 될 수 있으나, 오히려 고정비 부담만 늘려 회사 경영에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