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오후 10시 30분부터 하나로텔레콤과 KT의 시내전화 요금과 PC방 전원회선 요금 담합건에 대한 소명을 청취한다. 이후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갖고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지난 수개월 동안 소명 자료를 통해 약 1000억원대로 알려진 과징금 규모를 줄이려 노력했으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상최대 과징금 부과는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다만, 공정위 내부에서도 워낙 과징금 규모가 크고 민감한 사안이라 전원회의의 합의 여부가 변수로 작용, 판결이 유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상최대 과징금 매길까=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시내전화 요금 담합 혐의만으로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의 과징금이, 하나로텔레콤은 약 3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3년 6월부터 KT가 하나로텔레콤에 매년 1.0∼1.2%씩 점유율을 넘기는 대신 시내전화 요금을 조정키로 합의한 정황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구체적 증거를 포착하고 KT와 하나로텔레콤을 조사했다. 업계는 KT가 소명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과징금 규모를 크게 낮추지 못했고 하나로텔레콤은 당초 알려진 금액보다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고 예상했다.
이는 공정위가 최근 담합 조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담합 공모사보다 먼저 사실을 인정하고 자료를 공개하면 과징금을 경감하는 제도)’를 유선통신 담합 수사에서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서는 전원회의 때 결론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례를 비춰봤을 때 전원회의 종료 시간과 과징금 규모 예측은 힘들다”라면서도 “워낙 사안이 민감해 합의가 유보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업자 대응 방향은= 과징금 판결후 30일 이내 이의신청및 행정소송이 가능하다. 과징금 규모가 과다할 경우 행정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와 시장 지배적지위의 남용 조항은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내전화 시장의 정확한 연간 매출액 산정 △담합 행위 시작 시점 산정 △담합으로 인한 매출 효과 증명 △전국적 담합인지 지역 담합인지 △관련 매출액의 5%를 부과할 것 인지 이하로 산정할 것인지 등의 판결에 따라 행정소송 여지가 있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업계 ‘후폭풍’ 우려=공정위의 판결을 기다리는 통신업계는 착찹하다. 그러잖아도 통신위로부터 이통사업에 대해 지난 9일 사상 최대의 과징금(총 269억원)을 부여받은데 이은 또다른 규제기관인 공정위의 대규모 과징금이 예고됐기 때문. “과거와 달리 마이너스 성장 와중에 기술 발전으로 진입 장벽도 거의 없어 사업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는데 규제는 날로 갈 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심사과정에서 겪은 상호 비방에 따른 신뢰 실추, 과도한 과징금 판결에 따른 CEO 신뢰도 하락 등 후폭풍을 우려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