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나라에선 사회적 이슈가 된 지상파DMB가 세계 무대에선 어떠한 성과를 올리고 있을까. 특히 DVB-H라는 경쟁 상대가 버티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과연 지상파DMB는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달 프랑스의 칸에서 5일간 개최된 ‘MIPTV/MILIA 2005’ 전시 및 콘퍼런스 행사는 지상파DMB의 위상을 가늠할 좋은 기회였다. 방송 콘텐츠 교류의 장인 ‘MIPTV/MILIA 2005’에서 올해가 한국의 해로 선정됐으며 우리의 방송 기술 발전을 자랑할 수 있는 DMB 쇼케이스 행사도 마련됐다.
지상파DMB는 지난해 가을부터 전시회 및 로드쇼 등을 통해 유럽에 소개돼 DVB-H의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MIPTV/MILIA 2005’에서도 전시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은 지상파DMB가 휴대폰에서 실시간 고화질 방송을 구현하는 데 놀라워 했다.
내가 직접 발표자로 참여한 콘퍼런스에선 DMB 세션과 DVB-H 세션이 나란히 열려 참석자들이 두 기술을 직접 비교하는 장이 마련됐다. DVB-H와 지상파DMB는 서로 기술적인 장단점을 갖고 있다. 어느 한쪽이 절대적 기술우위에 있다고 단정짓기 힘들다.
채널 효율 측면에선 DVB-H가 앞서는 반면 수신 성능과 품질, 구축 비용 등에서는 지상파DMB가 우수하다. DVB-H는 주파수 자원의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로 여전히 시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지상파DMB는 우리나라에서 본방송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지상파DMB는 휴대폰 통합형 수신기를 비롯한 10종 이상의 다양한 수신기가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독일의 바이에른주가 2006년 월드컵에 맞춰 지상파DMB 시험방송을 실시키로 하고, 이미 수신기 공급 계약까지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콘퍼런스 주제 발표 후 참석자들에게서 지상파DMB 관련 질문을 받아보니 그들은 이미 우리나라 지상파DMB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한 걸음 나아가 실제 서비스의 구체적인 방안에 관심을 보였다. DVB-H 세션 발표자들은 참석자들이 지상파DMB가 유럽에서 선전하는 이유를 묻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선의의 경쟁은 두 기술에 득이 될 것이다.
DVB 진영의 한 복판인 프랑스에서 지상파DMB가 선전하는 모습은 뿌듯하기 그지없다.
◆이승규 KBS 기술연구소 연구원 ls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