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 기업 유치와 균형발전

 ‘국토 균형발전’ 문제를 놓고 국무총리와 경기도지사가 한바탕 충돌하더니 결국 수도권에 외국인 투자기업의 공장 증설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덕분에 당초 건축 허가가 나기 힘들 것 같던 한국쓰리엠의 경기도 화성 공장도 예정대로 이달 말에는 기공식을 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 대표산업인 LCD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클러스터를 만들고 외국 주요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도지사 아니라 대통령, 총리라도 발벗고 나서야 할 일이다.

 한국쓰리엠이 경기도 화성에서 생산하려는 제품은 대형 LCD 백라이트유닛에 쓰이는 첨단 광학필름이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 같은 주요 패널 업체들이 아산·파주 등에 7세대 라인을 짓고 있는만큼 한국쓰리엠의 경기도 공장은 국내 LCD 업체들의 소재 수급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정책 혼선으로 공장 기공이 무산됐다면 한국 시장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도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쓰리엠은 이전에도 경기도에 공장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한국쓰리엠은 수원 병점에 지난 78년부터 공장을 가동하다 2000년 경영 합리화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지금의 전남 나주로 공장을 통폐합했다. 그랬다가 이번에 외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받아가며 경기도로 다시 5년 만에 ‘컴백’한 셈이다.

 다국적 기업이 자사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도권 대책이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와중에 한국쓰리엠은 번거로운 규제 문제를 털고 산업의 요지인 경기도에 재입성, 자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을 내다보지 않고 떠났던 기업을 이런저런 특혜를 주면서 다시 불러들이는 것만이 능사일까. 다국적 기업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는 과연 우리나라의 이익을 달성했는지도 의문이다.

 국가 균형 발전이 지역마다 업체를 똑같이 배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 지역에 몰아주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나주만 해도 한국쓰리엠을 위해 공장 부지를 늘려 줄 의사를 갖고 있다. 어쨌든 경기도는 ‘해외 첨단 LCD 소재 업체의 6000만달러 투자 유치’라는 실적을 지켰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