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PC가 미래 성장 산업의 큰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산업계가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 ‘포스트PC’ 시대에 대비해 왔다. 가장 앞서가는 국가는 역시 미국과 일본이다. 우리나라는 IT신흥 국가로 부상하는 중국·대만에 비해서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나라와 비교해서는 상당한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야별로 차이가 있지만 선진국과 대략 2∼3년, 일부 기술은 무려 5년 이상 뒤처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차세대PC는 크게 플랫폼·입출력·사용자 인터페이스·소프트웨어 등으로 구분해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먼저 플랫폼 분야에서는 미국이 기존 PC시장의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앞세워 포스트PC 시대에서도 ‘패권’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MS뿐 아니라 IBM· 미디어테크 등을 선도 기업으로 이미 기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또 시스템 인프라(SoC) 분야에서는 미국 인텔과 영국 ARM사가 저전력과 고성능 차세대PC 칩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국내 기업은 이들과 비교해 플랫폼에서는 대략 2년, 인프라에서는 5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입출력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은 이제 연구개발 초기 단계거나 기초기술 확보에 나서는 수준이다. 반면 선진국은 상용화 전 단계의 파일럿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입력 분야에서는 일본 신쿄제약이 오감 센서 기술을, 출력 분야에서는 미국 e링크· 마이크로비전이 각각 휘어지는 키보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3차원 영상장비 ‘아이글래스’를 개발했다.
그나마 국내 업체가 선진국을 뒤쫓고 있는 분야가 인터페이스와 기반 소프트웨어 쪽이다. 특히 3차원 영상 처리와 관련한 인터페이스 분야는 선도기업인 일본 NHK에 비해서 1년 정도, 미들웨어 분야는 미국 MS와 비교해 1년 이하의 기술 격차에 불과해 턱 밑까지 추격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네트워크 접속기술에서도 국내업체는 기초기술 단계를 넘어 응용기술 연구단계에 들어서 선도 기술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는 차세대PC와 관련해 기업과 분야별로 ‘기술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은 초보 단계이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과 무선 인터넷 등 통신 인프라와 관련된 일부 기술에서는 그나마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특히 가장 부가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이는 OS·CPU 등 플랫폼·인프라 분야는 여전히 기술의존도가 심각할 뿐더러 기술 개발도 소극적이다. 여기에 국내는 아직도 ‘시장성’ 등을 이유로 대기업보다는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이 차세대PC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이마저도 PDA와 같은 특정 제품 개발에 편중돼 전체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저조하다.
김용순 정보통신산업협회 IT산업지원팀 부장은 “차세대PC는 기존 PC시장에서 MS·인텔의 경우처럼 독점 기술이 지배하기는 어렵다”며 “절대 기술이 없고 대부분 초기 단계여서 국내 기업도 거시적인 안목에서 원천기술 확보에 나선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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