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T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해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최근 발표한 ‘2005년 세계 경쟁력 연감’을 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29위다. 그러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세계 1위, 기술인프라는 세계 2위로 평가돼 IT기술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광대역망 보급률을 자랑하는 동시에 인터넷과 비즈니스의 통합이라는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IT 강국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정부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지출이 정부 예산의 1.4%로 10대 세출 항목 중 하나다. IT 및 통신 인프라 확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인터넷 인구 3200만 돌파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6∼19세 한국인의 96.2%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때 상상의 세계에서만 가능했던 서비스들이 생활 속에 파고들어, 이제 한국인들에게 인터넷은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은 어떠한가. 오늘날의 네트워크 기술은 멀리 떨어진 사람도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듯 영상회의를 가능하게 한다. 실시간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에 의사결정 시간의 단축과 비용 절감, 이로 인한 경쟁력 향상이라는 일석삼조의 결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전화 또는 e메일로 전 세계가 1일 생활권에 들어서면서 기업 의사결정 시간은 1시간, 늦어도 하루 이내로 단축됐다. 빛의 속도에 가까운 기술혁명의 시대에, 촌각을 다투는 의사결정에 하루 이상이 소요된다면 그런 기업은 과연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적은 인원과 운영비용으로 핵심 사업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관건이 되는 중소기업의 경우라면 어떨까.

 시스코는 1990년 상장 이후 11년 만에 300배가 훨씬 넘는 성장을 보여 기업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런 성장의 뒤에는 ‘핵심 경쟁력에 대한 집중’과 ‘네트워크 지능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네트워크=시스코=생산성’을 모토로, 웹 기반의 인프라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지능화를 통해 작년 한해 22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모델을 도입한 한국의 한 대기업은 프로세스 최적화와 공급망 자동화를 통해 작업 시간을 4분의 1로 단축했고, 1년간 약 24.5명 연봉에 해당하는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왔다.

 그동안 한국의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온 IT성장력의 원동력이 정부, 대기업, 네티즌이었다면, 2차적인 성장 원동력은 중소기업 시장의 부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소기업은 국가 경쟁력의 허리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부흥을 위해 정부와 기업, 통신사업자 모두 앞장서서 중소기업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과 핵심경쟁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져야 한다. 시스코를 비롯한 네트워크 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 자금지원 등을 내놓고 있으며 통신사업자들과 함께 각종의 매니지드 서비스를 통해 네트워크 아웃소싱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비핵심 부문은 아웃소싱으로 돌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코자 함이다.

 이러한 노력이 머지않은 시일에 중소기업들이 한국경제의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하고, 나아가 국가의 성장을 이끌어줄 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를 위해 그 무엇보다도 한국의 우수한 IT 네트워크가 중소기업의 ‘생각의 속도’에 발맞춰 줄 핵심 경쟁력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손영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 yjson@cis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