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중남미 통신 재벌인 리카싱 회장(홍콩)과 카를로스 슬림 회장(멕시코)의 글로벌 통신 행보가 빨라졌다. 그간 순조롭게 통신사업을 전개해왔던 두 사람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통신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새 글로벌 전략을 마련하고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리카싱 허치슨왐포아 그룹 회장은 3세대(G) 서비스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카를로스 슬림 텔멕스 회장은 텃밭인 중남미 시장 사수 전략을 택했다. 리 회장이 이달초 슬림 회장에게 파라과이 2G 이동통신사업을 넘겨준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은 아시아와 중남미 최고 부자들로 두 지역 통신시장을 쥐락펴락해왔다. 행보에 따라 세계 통신시장과 업계가 출렁일 수 밖에 없다.
◇리카싱, “3G에 승부수”=3G에 집중한다는 전략 아래 글로벌 사업 및 조직을 정비하고 신규 시장 진출도 추진중이다.
무선과 유선 자회사인 허치슨텔레콤과 허치슨글로벌을 재통합하고 파라과이 2G 사업을 매각키로하는 등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NTT도코모와 네덜란드 KPN모바일로부터 영국 3G 합작사 지분을 죄다 사들였다. 인도네시아 2G 및 3G 사업자인 사이버액세스를 인수했으며, 베트남 하노이텔레콤과도 3G 사업 협력을 모색중이다. 3G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폴란드 시장 진출도 계속 추진키로 했다.
3G 사업이 적자이지만 매출과 가입자 증가로 전망이 밝아 승부수를 던질만 하다는 판단에서다. 리카싱 회장은 이르면 올해말께 3G사업이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통신 투자 재원도 점차 자체 투자 구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리카싱은 영국 3G사업체(3G UK)를 내년 중반께 분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대되는 글로벌 경쟁자의 위협도 그를 3G로 내몰았다. GSM 최고 강자인 영국 보다폰은 최근 싱텔의 호주 자회사와 손잡고 호주 3G)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해 리카싱을 긴장시켰다.
◇슬림,“내 땅을 지킨다”=중남미 이동통신 맹주인 아메리카모빌을 거느린 슬림 회장은 스페인 텔레포니카에 빼앗긴 주도권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텔레포니카는 중남미 10개국에 이동전화사업을 벌인 미국 벨사우스의 모비컴을 인수해 멕시코 시장 비중이 큰 아메리카모빌을 제치고 사실상 중남미 최대 사업자 자리를 차지했다.
슬림 회장은 세 불리기를 위해 허치슨으로부터 파라과이 이동전화 사업을 인수했다. 또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전략 시장에서 텔레포니카와 정면 승부를 벼르고 있다. 미국 MCI의 최대대주주인 그가 퀘스트보다 버라이즌에게 지분을 매각한 것은 미국 정부의 자국 통신사업 보호 정책도 영향을 미쳤지만 중남미 시장의 ‘총알’을 만들려는 것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그는 심지어 스페인 통신시장 진출 의지를 거듭 밝혀 텔레포니카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두 사람은 누구?=리카싱 회장은 중졸 학력으로 행상으로 시작해 아시아 최고 부자가 된 입지적인 인물이다.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금융과 부동산 쪽에 수완이 뛰어나며, 전현직 홍콩 행정수반을 포함해 중국 실력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다. 근면하면서도 사회 공헌에 열심이어서 화교권에선 존경받는 기업인이다.
카를로스 슬림 회장은 멕시코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운다. 멕시코 GDP의 6% 이상을 차지할 정도니 그럴 만하다. 명석한 머리로 재물 흐름을 짚는 안목이 뛰어나다. 1년만에 100억 달러나 재산을 늘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합리적인 그러나 가족 재벌집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신자유무역주의를 곧잘 비판해 미국이 싫어하는 경제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리카싱 허치슨왐포아 회장-슬림 아메리카 모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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