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포기자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이들 중에는 공무원이나 교수가 많다고 한다. 지도층이 자식을 대한민국인으로 삼기보다 외국인으로 만들려는 모습은 서민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국적포기자와 그 부모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명단 공개까지 추진되고 있다. KB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 이러한 공직자들의 경우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는 일반인도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에 위반된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사실 법적으로는 이들에게 문제는 없다. 국적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래서 법무부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데 죄없는 이들을 미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민자나 체류자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문제는 모든 나라에서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국적포기로 이처럼 시끄러워진 경우는 드물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간단하다. 국적포기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국적포기자의 명단이 과연 공개될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논란은 또 한 번 세계인의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에겐 대한민국이 결코 좋은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국적이 큰 의미가 없을 만큼 국가 간 왕래가 빈번한 지금이다. 세계화가 대세인 지구촌에서 국적포기가 뭐 그리 중요할까 의아해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폐쇄적이고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정서와 달리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논란을 덮어 두기에는 국민정서가 허락하지 않는다.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더욱이 자신이 내는 세금으로 살아가며 국가를 짊어지고 가는 지도층 인사라면 격분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한 때다. 남자로 태어나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 지도자들의 운명이다. 지도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충실히 지킨다면 이런 논란은 불거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디지털산업부·유성호 부장@전자신문,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