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SW 라이선스 재계약 과정에서 불법복제 공방을 벌였던 하나은행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물밑 협상채널을 통해 계약상 이견과 감정의 골을 좁히고 합의를 통한 수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SW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두 회사 간 공방은 사건 발생 두 달 만인 이번주 중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 같은 합의의 배경에는 극한의 대립처인 법정으로 무대를 옮길 경우 양사 모두 명분과 실리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MS는 ‘정품 SW 사용’이라는 명제와 표면상 계약을 끝내 주장한다면 외견상 다소 유리할 수도 있는 입장이지만 기존의 영업관행과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횡포라는 수요 시장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또 하나은행 역시 MS와 계약 과정에서 빚어진 불신 또는 오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강권, 프로세스의 정당성 등을 증명한다고 해도 결국 높은 신뢰성을 강조하는 은행 입장에서 극한의 대립각을 두는 것이 기업 이미지에 득이 될 게 없다.
하지만 SW업계의 시장지배적 공급자와 이른바 ‘뱅크 워(bank war)’ 시대를 맞아 금융지주사 전환을 꾀하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 사이에 벌어진 이번 사건은 국내 SW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가진 기업의 영업관행과 이에 안주했던 대기업의 라이선스 관리정책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져 그동안 SW 수요와 공급 시장에서 나타났던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과 계약방식 등이 제대로 공개돼 시장 주체 모두 SW 공급 및 관리정책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두 회사의 합의로 당초 공방의 쟁점이었던 ‘기업단위일괄계약(EA)’에 따른 계약상 정산의 문제인지, MS가 주장하는 불법복제인지의 판단은 일단 유보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공급업체가 SW 라이선스와 계약 방식을 적확하게 알리고 수요 기업도 이들 방식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검토 그리고 사후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유보될 수 없는 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컴퓨터산업부·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