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관계를 위한 IT로드맵

최근 남북관계는 상당히 경직된 채 돌파구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특히 북핵문제와 북미관계의 위기설 등이 터져 나오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2002년 ‘악의 축’ 발언을 한 후 북미관계는 팽팽한 긴장을 유지해 왔다. 얼마 전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용어를 사용해 가며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북한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경제협력과 정치적 관계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인도주의적 입장과 경제적 관계 우선의 논리를 근거로 한다. 또 하나는 경제협력과 정치적 선택은 함께 가는 것이며,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주목하면서 정치적 측면과 경제적 협력을 동일 차원에서 연계하여 전략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교착 상태와 상호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투자 대상인 개성공단을 통한 ‘실마리 찾기 전략’과 이를 촉매로 활용하는 ‘남북관계를 위한 IT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정보화 사업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특정 부문의 발전 과제를 수립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중장기 로드맵’이 요구된다. 마찬가지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도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로드맵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타임 스케줄에 맞추어 실현해 가도록 하는 일종의 시간표다. 국제적인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공장의 생산성 향상 목표를 실현하는 것과는 다르다. 북한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아직 IT의 단계적 전략과 타임 스케줄을 이용해 남북관계 해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중장기 계획은 없는 것 같다.

 남북관계를 위한 로드맵은 3단계로 구상해 볼 수 있다. 첫째 단계는 왕래를 보다 쉽게 하는 것이며, 양측에서 네트워크 접속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단계는 심리스(seamless)한 접근법이다. 즉 상호 막힘이 없이 직접적인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굴절되거나 단절되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휴대폰으로도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셋째 단계는 남북관계의 유비쿼터스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상호 체제의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남북 어디에 있든지 언제나 불편함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고, 함께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자유로움의 정신을 담은 유비쿼터스는 막혀 있던 장벽을 허물고 유익한 정보를 서로 편리하게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식과 정보의 공유 범위를 크게 확장시킬 것이다.

 이와 같이 단계적인 목표를 달성해 가다 보면 궁극적으로 정치적 측면과 경제협력의 구분을 기준으로 하는 인식 및 대응전략의 입장 차이도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국민화합과 국론통일이 아니겠는가.

 최근 북한의 경제시스템이 실리적 개방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북한은 작년 8월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및 유통 전반을 강력히 통제하는 내용의 IT산업 관련법을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북한의 변화와 개방화는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를 위한 IT 중장기 로드맵’은 단순히 IT 범주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국민의 존재를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 그들의 생활의 질을 변화시키며, 나아가 인권 문제 등 민감한 사안도 자연스럽게 포섭해 나갈 것이다. 현재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구성되는 ‘IT 중장기 로드맵’은 궁극적으로 ‘통일을 위한 로드맵’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목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기획단 수석연구원) ryooyd@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