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지식정보화 시대의 진주, 한글

현존하는 문자 중 창제자와 창제일이 뚜렷한 문자는 한글과 에스페란토어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글의 우수성과 위대함은 해외 언어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한글은 지식정보화가 진척될수록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일등국가로 도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한글이 지식정보화 시대에 한·중·일 3개국 언어뿐 아니라 로마자보다 뛰어난 문자임을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해 본다.

 첫째, 컴퓨터 자판에서의 한판승이다. 한자나 일본어를 컴퓨터 자판에 입력하는 것이 한글입력에 비해 7배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보고가 있다. 정보검색 속도가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문자입력 속도의 차이는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한다. 4만자가 넘는 한자나, 102자의 가나와 더불어 한자를 입력해야 하는 일본어는 자판 입력이 번거롭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다.

 한편 한글 자판은 24개 자모가 좌측에 자음, 우측에 모음이 배열되어 있어서(左子右母) 양손으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반면 로마자 ‘QWERTY’(키보드 윗줄 맨 왼쪽부터 QWERTY가 배열된 데서 유래함) 자판의 배열은 타이프라이터의 엉킴을 줄이려고 타이핑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치기 어렵게 만들어진 배열인데 손에 익숙해져서 바꾸지 못하고 있다. 속도가 생명인 정보화시대에 한글자판은 로마자 컴퓨터 자판보다 당연히 생산성이 높다.

 둘째, 승부는 휴대전화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휴대전화는 모바일 컨버전스의 추세에 따라 카메라, 음악(MP3), 방송(DMB), 인터넷(와이브로) 등 새로운 기능, 서비스 및 미디어와 융합돼 음성전화기와는 차원이 다른 개인용 만능기기로 나날이 변모하고 있다. 신체의 일부분처럼 되어버린 휴대전화로 ‘엄지족’ 젊은이들은 음성통화보다 문자메시지를 더 많이 사용한다. ‘손안의 정보‘ 시대에 휴대전화를 통한 문자전송과 정보검색 속도로 인해 지식정보 경쟁력 면에서 한글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12개 자판에 자음 다섯자(ㄱㄴㅁㅅㅇ)와 모음 석자(· ㅣㅡ) 의 조합으로 모든 한글문자를 간편하게 표기할 수 있는 반면, 한자와 일본어는 입력방법과 속도 면에서 오히려 정보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 한글로 ‘사랑해’를 문자메시지를 찍는 것은 영문으로 ’I love you’를 입력하는 것보다 절반 이하의 시간이 걸린다. 애니콜 신화도 한글에 힘입은 바 크다.

 셋째, 모든 정보기기의 종착역인 음성인식에서의 우수성이다. 가전, 정보기기와 로봇이 음성명령으로 작동하게 될 유비쿼터스 시대에 빛을 발할 문자가 바로 한글이다. 한글은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기에 일자일음 일음일자 원칙에 충실하여 음성인식 면에서 세계 어떤 문자보다 높은 인식률을 자랑한다.

 또한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8800개). 문자입력의 불리한 점을 음성인식 면에서도 따라잡지 못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중국과 일본은 지식정보화가 진척될수록 우리보다 뒤처질 것이 자명하다.

 정보통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언어특성이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리라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다. 중화민국 초대총통인 원세개가 문맹률을 줄이려고 한글을 중국어의 소리글자로 채택하려다 불발에 그친 일이 정보화시대에 중국의 새로운 고민으로 등장할 것이다. 한글이 동북아 3국의 공용 정보화 언어로 채택될 날도 상정해 본다.

 IT강국의 저류에는 세계인이 흠모하는 한글이 자리잡고 있다. 때마침 한류의 열풍을 타고 새로운 한류스타로 한글이 떠오르고 있다.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된 지 오래지만 해외에서는 한글을 흠모하는 언어학자가 개인의 기념일로 삼아 기리고 있다. 한글이 인쇄된 옷이 멋진 옷으로 소개되고, 한글을 소재로 만든 공예 예술작품은 외국인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한글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세종탄신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고마운 한글을 창제하신 우리 민족의 참 스승이신 세종대왕 영릉에 한 송이 카네이션을 바친다.

◆신승일 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총연합회 부회장  vittor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