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스플레이 강국인 이유

유형준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문 콘퍼런스인 ‘SID2005’ 행사가 개최중인 미국 보스턴 하인스 컨벤션 센터에는 한국인으로 넘쳐났다. 과장해 말하자면 3명 중 1명은 우리나라 사람인 듯하다.

 이번 행사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는 논문 발표 수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제출한 논문은 113건으로 총 논문 451편 가운데 25%를 차지, 101건(22%)을 제출한 미국을 따돌리고 처음으로 최대 논문 발표국이 됐다.

 SID에서 수여하는 디스플레이 대상도 LG필립스LCD가 2년 연속 수상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로 붐비는 곳은 대부분 한국 기업 부스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삼성SDI 등에는 관람객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반면 일본에서는 샤프와 도시바 등 소수 기업만이 현지법인명으로 초라하게 참여했고, 우리나라와 LCD 부문 1, 2위를 다툰다는 대만 기업들은 적자를 이유로 대부분 불참했다. 미국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일부 부품 소재와 장비기업만 있을 뿐 완제품에 대한 산업 기반이 전혀 없다.

 이 중에서도 이상완 삼성전자 LCD 총괄사장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SID 행사에서만큼은 그는 삼성전자 사장이라기보다는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의 역할에 충실한다. 이번에도 국내 교수들을 저녁행사에 초청해 인재를 양성해 준 데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 사장은 이번 SID 행사 기간에 MIT를 방문, MIT와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과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국내 기업에 취업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가 아니라 한국 디스플레이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또 SID 개막 기조연설을 수락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IMID2005)에 차기 SID 의장인 래리 웨버를 기조연설자로 나서도록 이끌어냈다. 이 사장은 90년대 초반 LCD 사업을 하면서 인재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실감한 바 있다.

 인재의 중요성을 알고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서는 CEO가 있는 한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디스플레이 강국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보스턴)=디지털산업부·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