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2기 KT그룹 수장을 뽑기 위한 일정이 오늘 시작됐다. 늦어도 19일까지는 사장후보가 결정된다. KT는 지금 중요한 국면을 지나고 있다. 정부의 지분이 단 1%도 없지만 보편적 서비스 제공과 같은 공익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정부정책과 팀워크를 맞춘 투자로 IT산업의 선순환 구조 창출에도 앞장서야 하는 위치다. 동시에 50% 지분율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를 만족시키는 수익성의 극대화 과제도 안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한 리더십으로 국면전환을 이끌 리더가 필요하다. 또 한국IT호의 바퀴를 다시 돌리기 위한 민간중심의 엔진을 바로 잡아야 한다. 민영2기 KT 사장이 극복할 과제와 비전을 제시해 본다.
제1회 : 대내외 조직 추스를 강력한 리더
제2회 : 경영계약을 뛰어넘는 전략가
제3회 : 글로벌 비전 갖춘 IT 스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KT 조직을 잘 안다는 KT 출신의 한 원로인사가 내뱉은 민영 2기 KT 수장에 대한 바람이다. KT는 지난 2002년 현 이용경 사장 선임 때부터 외풍과 이로 인한 내부 조직의 파열음이 극심했다. 이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전직 장관, 전 국회의원, IT업계 CEO 등 당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들을 제치고 KT호의 수장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 때문에 오히려 더 크고 작은 대내외 외풍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KTF 사장 선임을 놓고 벌인 정권 인수위 측과의 신경전도 그렇고, 변죽만 울리다 무위로 돌아간 KT 조직개편도 대표적인 사례다. KT는 당시 사업부문별 조직개편을 통해 민영기업으로의 완벽한 탈바꿈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반 약화를 우려한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실패했고, 생산효율 중심의 조직으로 개편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
지난해에는 한 벤처기업인의 투서로 KT 조직 전체가 흔들리기도 했으며, 올해 초에는 경영진과 노조 간 금전적 커넥션이 있다는 투서가 돌면서 검찰의 내사가 진행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외부기관의 내사설 등은 경영 리더십에 치명적이다. 학계의 한 인사는 “KT는 특히 오너가 존재하는 민간기업보다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강력한 리더십 없이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시내전화 불통사태 등 보편적서비스 제공에 따른 정부의 감시(?)도 CEO의 리더십을 갉아먹는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보편적서비스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조사만 놓고 보면 KT 입장에선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로부터 감사 혹은 감시를 받고 있다는 해석으로도 들릴 수 있다. KT에 오래 출입했다는 언론계의 한 인사는 “KT CEO는 규제기관인 정통부와 상호 신뢰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정통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공정위의 KT·하나로텔레콤 시내전화 담합 건으로 인해 KT의 경영진 간 대응체계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조직 내부에 강력한 구심점이 없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공정위는 결국 책임이 없다는 KT에 1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어느 한 사안에 대해 정부부처가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너가 없는 주주 구조상 어렵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주문하는 인사가 많다. KT는 그동안 CEO가 주주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 제대로 투자를 못해왔고, 시장 자체를 리드하지도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KT가 신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후발주자들이 따라오게 하는 상황이 됐어야 하나 오히려 후발주자들이 개척해 놓으면 KT가 자금력과 지배적 위치를 동원,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 전개됐다는 것이다.
민영 1기 KT호의 선장인 현 이용경 사장은 잦은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특히 민영기업이지만 공기업 성격을 띠고 있고 확실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이 사장만큼 조직을 추스르며 끌어오기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이 때문에 민영1기 KT의 뒤를 이어 지속적으로 KT그룹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KT호의 새 선장이 돼야 한다는 점을 주문했다. 규제기관인 정통부와 상호신뢰를 쌓을 수 있어야 하고 KT그룹과 노조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KT를 잘 안다는 증권가의 한 인사는 “KT는 지분구조가 취약한만큼 역설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외부적으로는 규제기관과의 상호신뢰는 물론이고 치열한 시장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릴레이션십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KT 사장 공모와 선임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며, 선임 절차 자체가 잔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