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KT사장의 덕목

 생뚱맞은 문제부터 풀어보자.

 10여개 자회사와 그 출자회사 등 사실상 40여개 관계회사의 그룹 총수로 3만8000여명 임직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민영기업의 최고 경영책임자로 49%의 지분을 소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수익에 신경써야 하며 아울러 국가기간통신산업과 IT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자임해야 하는 이는?

 더 나아가 항상 2100여만(시내전화 기준) 가입자에게 고품질 서비스를 보장해야 하고 전후방산업 시너지를 위해 투자 이슈를 선도해야 하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정답은 KT 사장이다. 이 정도면 KT 사장은 가히 ‘슈퍼맨’이다.

 이 막중한 짐을 짊어질 민영 제2기 KT호의 선장을 오늘부터 공모한다. 아무리 검증되고 유능한 CEO도 이렇게 무거운 책무를 감당하기는 말만큼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인기다. 이미 자천 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만도 줄잡아 10여명에 이른다. 거기엔 현 이용경 사장도 포함돼 있고 통신과 전혀 상관 없는 정치권 출신도 기웃거린다. 그래서 걱정이다. 지금의 KT 실상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위기를 타개할 만한 비전을 갖고 도전하는지 궁금하다.

 KT는 지금 어려운 처지다. 1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맞고 내부 사기도 엉망이다. 마땅한 성장엔진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유무선 후발업체에 밀리는 형국도 자주 보인다. KT를 근본적으로 짓누르는 이중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무늬는 분명 민간기업인데 공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주주들은 매출과 수익을 요구하는데 정부와 국민은 투자를 이끌고 협력업체들을 보살피라며 공기업으로서 책무를 주문한다.

 2기 사장이 뽑혀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인 주주들의 아우성은 계속될 것이고 국내 중소형 IT업체들은 여전히 맏형 역할을 해달라고 조를 것이다. 수익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KT의 딜레마’가 상존하는 한 KT사장은 결코 ‘편한 자리’가 아니다. 정말 중심을 잡지 않으면 오히려 버티기조차 힘든 자리다. 자칫 주주와 국민 여론 사이에서 휘둘리다 낙마하기 십상이다.

 2기 KT 사장의 덕목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먼저 꼽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본사 및 계열사 임직원들을 통합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화합력 그리고 정부의 정책 수립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폭넓은 안목, 글로벌 기술 및 시장 트렌드를 읽어 낼 수 있는 지력과 판단력도 필수다. 또 후발사업자도 끌어안고 블루오션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의 자질을 갖췄느냐도 필요조건의 주요 부분이다.

 충분조건이 남아 있다. 먼저 대정부 관계를 상호 신뢰로 풀어갈 수 있는 CEO였으면 좋겠다. 당장은 민영CEO와 국영 공사 기관장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해야 하는 게 KT 사장자리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게 현실이다. 또 통신이 기간산업으로 남아 있는 한 이 현실은 크게 변하기 힘들다. 각종 규제이슈를 비롯한 대정부 문제를 어쭙잖은 경영논리로만 풀려고 할 때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수험료를 내야 하는지는 이미 경험할 대로 했다. 또 스타성이 풍부했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은 스타가 아닐지라도 KT 사장에 오르면 스타가 될 만한 인물이 이제는 필요하다. 세계 최초의 수식어가 가득한 한국 IT시장을 대표하는 KT 사장은 당연히 ‘빌 게이츠’에 버금가는 글로벌 스타여야 한다.

 KT 사장이란 자리는 사실상 ‘민간 정통부 장관’에 비유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통신산업에서 갖는 KT의 영향력을 보면 분명 그렇다. KT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지 못하면 국내 IT산업은 그만큼 퇴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가 KT 사장이 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