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수출통제의 목적에는 국가안보적인 측면과 산업보호적인 측면이 있다. 전자는 재래식 무기의 과잉축적 및 핵무기·생물무기·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의 확산을 방지하여 세계평화와 국가안보를 유지하고 국제테러를 막으려는 것이다.
현재 국제체제와 세계 각국은 WMD의 개발·생산 등에 이용 가능한 이중 용도의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캐치올’ 제도를 도입해 최종 용도나 최종 사용자가 의심스러운 경우 비통제 품목도 규제하는 등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4월 UN안보리 결의문 1540호에 따라 세계 모든 국가가 중개·환적·경유·밀수·재수출 등 모든 공급사슬에 대해 통제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다음은 위법수출에 따른 기업의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고 첨단기술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수출기업은 전략물자가 이란·시리아·수단·북한·리비아·쿠바 등 테러지원국과 테러단체 및 WMD 개발국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철저한 수출관리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처벌이 가벼운 편이지만 일단 위법수출이 적발된 기업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출가액의 세 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거래금지업체로 공개돼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됨은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이 크다.
미국은 기술의 해외수출은 물론이고 자국 내에서 외국인에 기술을 제공하는 경우 이를 외국인의 소속국가에 대한 수출로 간주, 사전 허가를 통해 이를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국 기술의 불법 해외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국제적 비확산 노력에 부응하여 일찍부터 대외무역법에 법적근거를 마련해 캐치올 제도를 도입하는 등 법제도를 정비했다. 또한 지난해 2월 산업자원부에 전략물자관리과가 설치되고 8월에는 한국무역협회 부설로 전략물자무역정보센터가 발족돼 기업이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전략물자의 신속한 판정 및 허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의 자율 수출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지향해 온 우리나라는 전략물자의 수출통제를 수출장애로 인식하는 부정적인 견해 때문에 수출통제의 이행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궁극적으로 WMD 비확산을 통해 국가안보와 산업보호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전략물자의 효과적인 수출통제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첫째,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수출통제가 정부와 기업에 행정, 인력운용 등으로 추가 비용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당장의 비용보다 기업 피해의 예방과 기술보호에서 오는 경제적 이득이 훨씬 클 것이다. 결국 수출통제가 수출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고 기술보호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법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대외무역법 및 기술개발촉진법과 통합공고 등 현행 법규정만으로는 전략물자의 수출통제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에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의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에 대한 전략기술의 이전을 통제함으로써 불법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하고 우리기업이 미국의 재수출 및 간주재수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기업의 자율적인 수출관리가 중요하다. 먼저 정부와 관련단체는 기업의 자율관리를 위한 각종 지원과 수단을 제공해야 하지만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소기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은 관련법령과 제도를 잘 숙지하고 수출 상담시부터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최종용도와 최종사용자를 검사하는 등 평소 철저한 수출관리가 요구된다.
끝으로 행정조직 확대 및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전문가는 극소수인 데다가 산자부와 전략물자무역정보센터의 인력은 20명 내외에 불과하여 일본(130명), 미국(47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전략물자 식별 및 검사 등의 기능 확충을 위하여 일선세관의 인력확보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학에서도 과목을 신설해 전문가 양성에 힘써야 한다.
◆한영수 전략물자정보센터장(무역협회 전무) yshan@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