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2기 KT, 이런 수장 뽑아야 산다](2)경영계약을 뛰어넘는 전략가

 “경영계약제도 자체를 나무랄 수 없습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분명 필요한 도구(tool)입니다. 그러나 이에 매몰되지 않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하느냐는 결국 CEO의 철학에 달렸습니다.”

차기 KT 사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미래를 주도하는 힘있는 KT’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 IT시장을 이끌어가는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에 걸맞은 CEO의 비전과 ’역할론’을 기대한다.

반면 KT 이사회가 CEO를 평가하는 객관적 잣대는 ‘경영계약제도’에 머물러 있다. 임기중 달성해야 할 매출과 이익, 주가 목표가 그것이다. 2002년 민영화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 이사회 중심의 책임 전문경영 체제를 정착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CEO의 운신의 폭을 좁혀놓는 결과를 낳았다.

“보편적서비스 사업자로서의 책무보다는 수익의 절반을 주주배당에 투입하는 등 주가관리에만 신경쓴다.”

2·28 전화대란 이후 국민의 대표 국회와 산업계가 KT에 쏟아놓은 비판이다.반면 KT는 통화량 폭주 때문인지 투자소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차기 KT CEO가 누가 되든, 이같은 이중잣대는 향후 경영과정에서 큰 딜레마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두가지가 결코 양분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통신업계의 한 원로는 “기업의 미션과 중장기 비전을 효과적으로 병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순익의 절반을 주주배당에 투입한다해도 장기적 미션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주가는 결코 상승하기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KT 수장의 역할은 시장과 기술의 흐름, 정책의 방향을 세밀하게 관찰해 차기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열매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전략적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차기 CEO에 KT의 새로운 성장 전략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효율성(ROI)과 자기시장 잠식 등을 우려해 보였던 소극적 행보를 벗어나 광가입자망(FTTH) 확대를 통한 광대역통합망(BcN) 구축, 인터넷전화(VoIP)를 접목한 신규 서비스 발굴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정액제와 같은 요금전략의 개발, 초고속인터넷의 새로운 도약 기반 마련, 전국 각지의 전화국 활용 방안 등 전략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미래비전 2010’ 전략에서 제시한 △차세대 이동통신 △홈네트워킹 △미디어 △IT서비스 △디지털콘텐츠 등 5대 신성장사업을 바탕으로 기존 역량을 배가할 구체적인 해법도 필요하다.

올해 KT의 경영목표는 상황이 변했기는 했지만 매출 12조2000억원, 당기순익 2조원 이상 달성이다. 더이상 PCS 재판매를 통해 외형을 키우거나 환차익, 지분법평가익 등을 통해 숫자맞추기에만 급급할 수는 없다. ADSL 투자를 통해 초고속인터넷 강국을 만들었듯, 기존 재원을 과감히 투자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업계 한 원로는 “KT 사장은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주도 면밀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차기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그 열매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전략적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민영기업 전문경영인으로 경영계약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수립, 공익성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느냐는 결국 CEO의 철학과 능력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차기 KT사장에 거는 기대감의 결정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