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2기 KT, 이런 수장 뽑아야 산다](3)글로벌 비전을 갖춘 IT스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는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은 인텔의 고든 무어가 만든 ‘무어의 법칙’에 필적할만한 새로운 반도체 집적 법칙인 ‘황의 법칙’을 주장,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황 사장과 황 박사, 한국 출신의 두 ‘황’이 불러오는 글로벌 영향력을 일컬어 ‘옐로 이펙트(yellow effect)’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한해 매출만 12조원에 달하는 KT는 한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이다. KT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 때 차세대 컴퓨팅 환경의 성패를 가늠해보는 테스트베드로 삼을 정도로 정보통신 인프라 등 모든 조건을 갖춘 기업이다. 세계 최고의 우리나라, 정보통신 강국 꼬리표의 주인공중 하나도 KT다. 하지만 빌 게이츠·스콧 맥닐리 등 글로벌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급 IT CEO는 없다.

외국에서 보는 한국 IT산업의 스타는 아직까지는 정통부 장관이다. 정통부 장관이 주목받는다는 것은 한국의 IT산업이 민간보다는 정부주도로 커왔으며 앞으로도 정부 주도(Driven) 산업이 될 것이라는 뜻과 같다. 그러다 보니 강연과 초청이 잇따르고 장관의 세일즈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 IT 장관도 생겼다. 그러나 글로벌 IT스타는 민간기업 수장이 돼야 한다.

지난달 월드ICT서밋과 디지털포럼에 참가한 한 패널은 “KT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는 세금으로 만든 것 아닌가”라는 지적을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KT에 있어 ‘한국 정부가 만들고 키운 회사’라는 이미지는 분명 부담스럽다.

KT는 8일 WTO 정부조달협정(GPA) 대상에서 벗어났다. 작년 한미통상협상 조달협정에서 풀린데 이은 것으로 민영화 3년만에 민간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EU와 미국, 캐나다, 심지어 WTO까지 KT를 정부조달이 가능한 산하기관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KT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한국 정부의 보호 아래 크고 있다”는 인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차기 KT 사장에게 글로벌 비전을 요구하는 것은 이같은 대내외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민영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야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미지 개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을 통해, 또 국제 무대에서의 활동을 통해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

글로벌 IT시장에서의 KT의 현 위치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전체 매출중 미미한 수준의 글로벌 사업 매출도 그렇고 세계 표준화 단체에서의 활동도 미진하다. KT는 현재 베트남 하노이, 영국 런던, 인도 델리 등에 3개 사무소를 개설했고 러시아 엔떼카(NTC) 등에 6개 현지법인을 운영중이다.

사업부문서도 △브릭스(BRICs) 등 이머징 시장에서의 투자 △초고속인터넷 노하우 및 솔루션 수출 △SI/NI 사업의 글로벌화 △ITU 등 국제기구에서의 위상 강화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와이브로(초고속인터넷)·IPTV(BcN) 등 차세대 서비스 부문서 세계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KT의 비즈니스 성패에 따라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업 진출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은 KT 구성원들에게는 뼈아픈 지적이다.

민영 2기의 KT는 세계 표준화를 주도하고 글로벌 사업을 통해 그 노하우를 전세계에 알리고, 스스로가 글로벌 스타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타가 필요하다. 업계의 한 원로는 “민영기업이면서 국민기업이기도 한 KT도 이제는 글로벌 감각을 갖춘 IT스타가 배출될 시점”이라면서 “KT가 진정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스타 자질이 있는 CEO를 뽑아야 함은 물론 스스로 글로벌 IT스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