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케이블의 정체성

성호철

 김용수 정보통신부 과장이 국내 최대 케이블방송 전시회 ‘KCTA 2005’ 콘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했다. ‘쌍둥이 형제: 미디어 융합시대 방송과 통신’ 콘퍼런스에서 그는 방송위원회 오용수 부장과 나란히 앉았다.

 “케이블방송 전시회를 둘러보고 많이 놀라고 만족했다”고 운을 뗀 후 “마치 통신 전시회를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케이블방송이 방송위가 아닌 정통부에 가까운 산업군이란 복선이 깔려 있는 지적이다.

 그의 말은 과히 틀리지 않다.

 KCTA 2005 전시장에는 ‘케이블의 미래’를 내걸고 시스코가 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글로벌텔레콤, 나노폴, 나노비전, 넷엔시스 등 수많은 통신장비업체가 전시장을 메웠다. 심지어 통신사업자인 드림라인도 참가했다. 스파이스TV, 디즈니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없다면 통신장비 전시회와 똑같다. 시스코가 말하고 싶은 케이블의 미래는 방송의 미래이기도 하지만 통신의 미래이기도 한 셈이다.

 통신과 방송, 둘은 ‘쌍둥이 형제’다. 닮았다. 아니 닮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있다. 방송위에서 방송 라이선스를 받아 방송을 제공하는 방송사업자이면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가입자 증가를 지속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주인공이다. 이제 VoIP로 전화 사업도 시작한다.

 서울지역 최대 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의 유시화 과장은 “이번 전시회 주제는 케이블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통신일 수도, 방송일 수도 있는 SO가 정작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SO는 아직 아수라 백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징가Z에서 반은 남자, 반은 여자 얼굴을 한 아수라 백작. 상황에 따라 유리한 얼굴을 들이민다. 지금은 아수라 백작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정체성을 지금 정립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케이블 발전 모델을 세울 수 없다. 통신과 방송을 단순히 절반씩 물리적으로 붙여놓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새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평생 아수라 백작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제주=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