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 전문 중소업체인 A사는 얼마전 공들여 키워놓은 전문인력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협력사인 X사로 이직하는 바람에 그동안 추진해온 DMB사업이 벽에 부딪혔다. 텔레매틱스 전문기업인 B사도 최근 어렵게 교육시켜 사내 핵심 전문인력으로 양성한 사원이 통신 대기업 협력사인 Y사로 옮기는 바람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DMB·텔레매틱스 등 신(新)서비스가 부상하고, 또 대기업이 이 분야 사업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 전문인력을 끌어가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
A사의 사장은 “대기업이 협력사의 직원을 빼내가면 중소기업은 어떻게 하느냐”면서 “그렇다고 해도 ‘을’이나 마찬가지인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못 한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B사의 사장도 “경업금지와 같은 법처럼 경쟁업체로의 이직을 일정기간 금지하는 법이 있기는 하지만 ‘을’의 입장상 항의하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최악의 경우 법에라도 호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대기업 측은 “중소 전문업체의 인력을 빼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그럴 필요성도 없지만, 만약 개인이 원해서 직장을 자유롭게 옮기는 것이라면 여기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두 기업 외에도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소 전문기업은 기업의 프로젝트매니저(PM) 역할을 해온 인력마저 대기업으로 떠나 사업을 중단할 처지에 내몰렸다고 하소연하고 있을 정도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자금상황이 어렵다 보니 대기업으로 옮겨가려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소기업으로서는 한 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이 빠져나가면 연쇄 이탈도 가능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법에라도 호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굳이 얘기하지 않는 사례까지 합하면 경업금지 관련법에 저촉되는 인력 이동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