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입국시에만 공항 통과 절차가 까다로운 줄 알았더니, 출국할 때도 지문을 찍고 사진을 촬영하고 나서야 출국 허가증을 발급해 준다. 전자태그(RFID)에 의한 수하물 관리도 점증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백스캐터’라고 불리는 첨단 장비인 알몸 투시(透視) 엑스 레이까지 동원해 시험가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국가 안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실시간으로 감지, 제거하기 위한 제반 시스템 가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공항 보안강화의 요체는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것에 대한 가시성(可視性) 확보에 있을 것이다. 경영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한 위험 요소들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기업도 공항과 마찬가지로 사람·화물·상품·돈·정보 등이 계속 드나든다는 점에서 그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즉 기업의 안보 또한 공항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경영환경 속에서는 인풋(in-put)·아웃풋(out-put) 흐름, 연관 프로세스에 대한 가시성, 정보의 정확한 분석능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예상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에 신속하고 민첩한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가트너그룹은 이 같은 관점에서 가시화·지능화·기민화를 갖춘 기업을 실시간 기업(RTE:Real Time Enterprise)이라고 부르며, ‘The RTE:Yes, it’s REAL!’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RTE는 업무의 전과정을 가시화할 수 있게 돼 해당 업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한눈에 볼 수 있는 ‘경영 현황판’을 통해 ‘눈으로 보는 관리’가 실현된다.
주요 경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되어 빠른 의사 결정은 물론이고 조기경보를 통해 경영상의 리스크도 제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기업은 RTE를 통해 내부 업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외부 파트너 및 고객사와 관련된 업무까지 실시간으로 처리함으로써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재난 이전에는 반드시 징후나 경고가 있게 마련이다. 이상 징후를 미리 알아챈 동물들은 재난 지역으로부터 멀리 이동해 사선의 경계에서 달아날 수 있다. 기업 역시 재난의 경고를 감지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있다. 실시간 경영자(RTE 챔피언)는 주요 이벤트와 원인을 모니터링하고 치밀하게 분석해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업무지연을 방지하고 위험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RTE는 기업의 경영 효율성 제고뿐만 아니라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되고 있다.
실시간의 참뜻은 ‘그 환경을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이른 시간 내에’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주선 귀환시에 지구진입각도를 순간적으로 계산하는 것부터 슈퍼마켓에서 생선을 당일에 다 팔기 위해 폐장무렵이 되면 할인판매를 하는 동태적 가격책정(Dynamic Pricing)에 이르기까지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경영의 패러다임은 ‘제조와 판매(make & sell)’로부터 ‘감지와 대응(sense & respond)’으로 바뀌고 있다. 무작정 만들어 파는 기업은 실패한다. 기업은 현재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대응해야 한다. 가장 최신의 정보를 즉시 알고 가공해서 활용할 수 있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경영자는 실시간 관리가 가능한 RTE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정보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어떻게 환경변화에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수위의 결정은 해당기업의 전략이고, 이는 당연히 경영자의 몫이다. 경영정보 흐름의 실시간 여부에 따라 기업의 안보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비행기 뜨고 난 다음에 ‘아차!’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김홍기 동부정보기술 사장 hongkk@dongbu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