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애니메이션 전문인력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영상을 꼽아 보라면 애니메이션이 그 1순위일 거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디즈니 만화영화를 손꼽아 기다리고 TV 만화영화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는지 일본에서 만들어졌는지 구분하지 못하고 자란 우리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은 솜이 물을 흡수하듯이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과 머릿속에 강하고 신속하고 뿌리 깊게 스며드는 메신저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이 어렵다고 한다. 중국·동남아 등 후발 국가들의 맹렬한 추격과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의 저하로 해외 하청물량은 줄어들고 그 공백을 메워줄 창작 애니메이션은 아직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은 미국·일본의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저렴한 임금 및 거대한 시장을 함께 보유한 중국 사이에 끼어 질식하고 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문제점에 대한 수많은 진단과 대책, 진흥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필자가 항상 느끼는 것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관심이 반드시 그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작품을 구상하고 손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표정과 움직임을 현실로 표현해내는 애니메이터와 감독들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미국과 일본의 하청을 통해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제작국으로 크면서 세계 수준의 제작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비록 하청의 틀 안에 있다고 폄하되고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은 머릿속에 있는 캐릭터와 그 표정 및 움직임을 화면으로 표현하는 능력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터와 제작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이 이룬 성과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지만 국제 페스티벌에서 작품성과 참신한 기획력으로 당당히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알리는 소식들을 듣노라면 우리 창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가 그리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애니메이션 산업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찬란한 열매를 맺는 시기가 지금부터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해외 공동제작은 그들의 창작 결과를 작품에 반영하고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제작’부문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작업함으로써 우리 인력이 그들의 창작 노하우를 ‘습득’하고, 창작역량을 배양하고 지금까지 우리 애니메이터들에게 주어지지 못했던 ‘창작’의 기회를 많이 얻고자 하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창작 기회 없이는 창작 노하우를 습득할 수 없다. 많은 작품이 창작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TV방영을 어느 정도 의무화하는 ‘국산 애니메이션 총량제’와 같은 진흥책은 업계로서는 두 손 들어 반길 일이다. 또 국산 창작과 해외 공동제작이 많이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종사자들에게 창작과 역량배양의 기회를 주고자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고 믿어지는 문화관광부의 각종 정책과 ‘스타 프로젝트 발굴지원’ ‘우수 파일럿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시행중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영화산업진흥 노하우를 살려 장편 애니메이션을 지원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노력은 반드시 그 효과를 볼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의 제작 노하우를 보유한 인력들이 있다. 탄탄한 제작 토양 아래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우리의 전자산업이 불과 몇 년 만에 조립생산기지에서 IT신기술 창조의 메카로 도약하지 않았는가. ‘자타 공인의 세계 최고 제작능력’을 갖춘 우리 애니메이터들 중에서 ‘세계 최고의 감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을 갖고 그들에게 창작능력 배양의 토대를 제공하면 머지않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영두 동우애니메이션 대표 겸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장 kaaa9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