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블래스터로 한때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을 주도했던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가 사면초가의 위기상황에 놓였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MP3 플레이어 사업을 전략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애플의 벽을 넘지 못해 위기에 봉착했으며 이달 말 끝나는 4분기 실적도 별로 좋지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MP3플레이어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매출의 68% 정도를 MP3플레이어에서 올리고 있는 이 회사의 주가가 바닥을 모른채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가 급락세 멈추지 않아=16일 현재 크리에이티브의 주가는 올해 최고가 대비 53% 폭락했다.현주가는 12.90 싱가포르 달러. 주가가 이처럼 하락했지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매도’ 의견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DBS빅커스 시큐리티의 애널리스트인 돈 시는 “MP3플레이어 시장의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크리에이티브 주식에 대한 매수 의견을 내놓지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다우존스 뉴스와이어가 최근 10명의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요 증권사 다섯명의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5명중 4명의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냈던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애플=지난해 말 크리에이티브가 ‘아이팟보다도 더 아이팟 같은’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젠(Zen)시리즈를 내놓고 1억달러의 광고예산을 책정했을 때만해도 증시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사운드카드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와 시장 지배력, 자금력을 바탕으로 애플의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장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현재 애플이 전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의 54%를 점유하고 있지만 2위 업체인 크리에이티브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1,2위 업체간 격차가 매우 크다.
만약 애플이 가격인하 정책을 펼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달 초 애플인사이더닷컴(AppleInsider.com)이 새로 나온 플레이어인 ‘아이팟 셔플’의 재고 문제를 언급하면서 크리에이티브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MP3 플레이어 위주 전략 위기 맞아= 현재 이 회사 주가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예측은 8.90 싱가포르 달러(미화 5.32달러)에서 16.70 싱가포르 달러까지로 다양하다. 지난해 예상치인 17달러에서 20달러 수준에는 크게 못미친다.
아직까지는 소수 의견이지만 애플이 재고 처분을 위해 가격인하를 단행하면 ‘젠’ MP3플레이어의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 결국 이익률 축소로 이어져 주가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다.
BNP 파리바스 퍼레그린 시큐리티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크리에이티브가 4분기에 미화 90만달러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UOB 캐히안사의 애널리스트인 조나단 코는 “애플의 재고 규모가 어느 정도이든지간에 재고 처분을 위해 가격 인하정책을 취할 것이기 때문에 애플의 과잉재고 문제는 크리에이티브의 앞날을 위협하는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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