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슈퍼컴퓨터 500 리스트’가 발표되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모인 세계 각국의 슈퍼컴퓨터 관계자들은 올해 또 어떤 신기록이 탄생할지 큰 관심을 갖고 개막일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이번에는 유럽과 아시아가 얼마나 미국에 대항, 선전할까’하는 점이다. 사실 그 많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가 아직도 ‘슈퍼컴퓨터 500’ 보유량에서 초강대국 미국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상반기만 해도 이들 유럽, 아시아 국가는 미국을 따돌리고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하반기에는 다시 미국에 밀리며 50%를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슈퍼컴퓨터의 효용이 커지면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슈퍼컴퓨터에 거액을 투자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 IT 시장의 기린아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미 IT 파워에서 일본을 추월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은 작년 하반기 현재 500대 슈퍼컴퓨터 중 17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의 3%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년보다 1%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중국의 국력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도 작년 상반기에는 슈퍼컴퓨터 500개 중 9개에 그쳤지만 하반기에는 2개가 더 늘어난 11개를 현재 보유하고 있다.
작년 11월 기준 유럽에서 가장 많은 고속 슈퍼컴퓨터를 가진 나라는 42대를 보유한 영국이다. 이어 독일이 35대로 2위,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15대로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영국과 독일은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생명공학 등 슈퍼컴퓨터의 사용처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 유럽국가가 앞으로 슈퍼컴퓨터에 거액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프랑스원자력청의 한 관계자는 “슈퍼컴퓨터는 태풍 진로, 지구 온난화 분석 같은 기상 분야와 생명공학 그리고 핵실험 분석 등 국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자원”이라면서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일본의 슈퍼컴퓨터 제패 전쟁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작년 11월 현재 ‘슈퍼컴퓨터 500’을 만든 제조사를 살펴보면 IBM과 HP가 각각 216대와 173대를 기록,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SGI(20대), 델(14대), NEC(12대), 리눅스(11대), 자체 제작(10대), 크레이(9대) 등이 뒤를 이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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