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한글 세계화 의원 모임`에 바란다

21일 10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주축이 되어 국회 역사상 최초로 한글을 주제로 한 의원모임을 발족했다. 이른바 ‘한글문화 세계화를 위한 의원모임’이다. 이 행사에 국내 한글단체와 한글의 정보화·산업·문화와 관련한 단체와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각당 의원이 골고루 참여한 이 행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반갑고 뜻깊다고 할 수 있다. 이 행사를 준비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말씀 드리고자 한다.

 첫째, 일하는 의원의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 비싼 세비로 국민의 혈세를 축내고 있다는 많은 비판과 함께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추락한 국회의원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국민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것이다. 우리 겨레의 찬란한 문화유산인 한글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글문화 세계화의 초석을 놓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며 국력과 국익의 신장에 직간접적으로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한글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우리 겨레의 얼이요, 민족문화의 바탕인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로부터 그 과학성과 합리성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한글의 우수성은 정보화 시대에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한글은 컴퓨터 자판 입력 효율성에 이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전송에서도 타 언어(일어·중국어·로마자)보다 빠른 전송속도를 자랑한다.

 정보의 검색과 전송 속도는 지식정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을 좌우하고 개인뿐 아니라 기업, 국가 간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IT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한글이란 무형의 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한글은 발성 기관을 상형하여 창제되었기에 세계 여타 문자보다 높은 음성 인식률을 자랑한다. 따라서 다가올 유비쿼터스 시대에 음성으로 작동될 가전·로봇·컴퓨터·통신기기의 작동메커니즘에 우리 한글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시대에는 이어령 씨의 말대로 국경은 사라지고 언어가 국경을 대신한다. 언어는 자원이면서 곧 무기다. 지식정보화가 진척될수록 언어특성이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우리는 세종대왕이 지식정보화시대가 올 것을 예측하고 한글을 창제하신 뜻을 잘 살려 IT 강국을 넘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어가는 데 한글을 잘 활용해야 한다.

 셋째, 민족주의적이고 어학위주의 한글운동 범주에서 탈피하고, 문화 시대에 맞는 한글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조상의 노력으로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문화의 시대 그리고 국제화의 시대에 걸맞은 한글운동을 펼쳐야 한다. 한류 영향권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고 한국어로 표시된 의류나 가전제품, 패션 상품들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서양에서도 한글 문양이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겸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한글을 소재로 한 문화산업의 전망이 밝다. 한류의 삼두마차인 대중가요, 영화,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글학습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크게 늘고 있지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대상의 한글학습과 한류관광을 연계한 패키지 관광코스나 한글 문화상품의 개발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의원모임이 알찬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글문화 세계화 운동에 뜻을 같이한 의원들이 한글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고 초지일관 당파를 초월해 관련 단체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이번 행사가 문화·정보화·산업적 측면에서 글로컬(글로벌+로컬)한 한글운동을 대변하는 모임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엔 심히 창대하게 될 것이다. 한글날이 우리의 국경일뿐 아니라 세계인이 기리는 세계문화기념일이 될 날을 상정해 본다. 그날이 오면 신르네상스와 팍스 코리아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신승일/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부회장 vittor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