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미국의 E3, 일본의 도쿄게임쇼(TGS) 같은 국제적인 게임쇼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은 기자만의 소망은 아닐 터다. 매년 취재랍시고, 먼 길을 날아가 결국은 ‘남의 것’을 보고 오기 바빴던 경험에 비춰보면 우리 안방에서 세계가 모이는 게임쇼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코끝에 힘을 줄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함께 힘을 합쳐 범정부적으로 창설한 ‘지스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엔씨소프트, NHN, 넥슨, 그라비티, 한빛소프트, 엠게임 등 내로라하는 대형 업체들이 오는 11월 열리는 지스타 창립원년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니 기대는 더욱 커진다.
당초 행사를 기획한 정부부처나 준비사무국은 원년인 올해 ‘지스타’가 어떻게 출발하느냐에 많은 조바심을 가졌을 게다. 특히 업체 입장에선 해외진출이 ‘발등의 불’인 상황이어서 지스타 참여를 독려하는 정부기관과 협회, 사무국 등이 시어머니처럼 성가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소욕’을 버리고 대형 업체들이 ‘대의’를 위해 먼저 나섰다는 점에 큰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 ‘지스타’는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담아야 한다. E3·TGS의 재탕, 삼탕에 머문다면 시기적으로 뒤에 처져 있는 행사에서 빛이 날 리 없다.
이런 우리만의 강점을 내세우는 데 온라인게임은 최고의 무기이자, 상품이다. 이 몫을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국내 대형업체들이 맡아줘야 한다.
전세계 온라인게임의 흐름을 보기 위해선 한국의 ‘지스타’를 가봐야 한다는 인식을 세계 속에 심자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세계 지평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선도업체들을 주축으로 개별 업체가 갖고 있는 해외 채널 1∼2곳씩만 챙기고, 전세계 퍼블리셔들과 간담회 등을 전시회 참관과 연계해 진행한다면 원년 행사로서는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남의 행사에 보였던 성의를 이제 우리 것에 쏟을 때다. 디지털문화부·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