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KTF 사장이 KT의 새 수장에 선임된 데에는 글로벌 비전을 누구보다 잘 그렸기 때문이라는게 사장추천위원회의 평가였다. 그만큼 KT에 진일보한 글로벌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IT강국 코리아’의 기반에는 KT의 통신인프라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브로드밴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와이브로, IPTV 등 신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KT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MS와 인텔 등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KT와 협력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통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업에 대한 새 비전은 필수 요소다.
◇글로벌 협력·컨버전스 시장 공략 가속화=민영1기 KT는 글로벌사업에 공을 들였다. 방글라데시·베트남·이란·태국 등에 초고속인터넷과 IT 솔루션을 공급하는 성과를 이뤘다. 러시아 이동통신사업자 엔떼까(NTC)는 연해주 굴지의 이동통신 기업이 됐다. 국가 기간망으로 인식하고 있는 통신서비스 산업의 특성상 해외사업이란 쉽지 않다. KT는 브릭스(BRICs) 등 이머징 마켓을 공략하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서비스 시장 개방은 미진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대신 KT에는 새로운 신규 사업이 있다. 와이브로와 u홈 등 컨버전스 시장에서 승부수가 가능하다. 1기의 글로벌 사업이 브로드밴드 및 IT 노하우 수출이었다면 2기는 와이브로 IPTV와 디지털콘텐츠, u홈 등 신규 컨버전스 시장에 대한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와이브로의 경우, 세계 표준을 리딩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플랫폼·장비·노하우까지 턴키로 수출이 가능하고 u홈을 위시한 KT의 유비쿼터스 전략도 세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u홈은 네트워크 노하우 뿐만 아니라 IPTV, 콘텐츠까지 연결하는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위해 KT는 국내 표준을 만들고 나아가 국제 표준 제정을 위해 글로벌 협력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중소 장비·솔루션업체와 동반 진출 필요=무엇보다 KT에 글로벌 비전을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KT를 이뤄낸 중소 장비·솔루션 협력업체의 해외 진출과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KT가 1차적으로 컨설팅을 통해 해외에서 관련 사업을 수주하면 국산 솔루션·장비업체가 자연스럽게 동반 진출 할 수 있는 것.
태국에 온라인 게임 ‘크로노스’ 판권을 수출한게 대표적 사례다.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하면서 국내 유력 콘텐츠도 함께 현지에 선보여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중소 장비·솔루션업체와의 협력은 KT가 이후 현지에서 추진할 사업권 획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장비의 표준을 장악하고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면 결국 플랫폼 사업권 수주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게 글로벌 사업은 아니다. KTF와 함께 유·무선 플랫폼 수출이나 현지 기업의 인수합병(M&A) 등도 가능하다. 와이브로가 좋은 예가 될 전망이다. 와이맥스라는 원군까지 얻은 만큼 사업권 확보까지도 내다 볼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기존의 통신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려다 보면 규제 때문에 크게 어려울 수 있다”면서 “되려 신규 서비스를 발굴해 기술과 플랫폼, 장비까지 함께 수출하는 전략이 적효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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