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활성화정책의 일환으로 기술력을 갖추면 수익을 거두지 못해도 코스닥 등록을 허용하는 상장특례제도가 지난 21일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바이오업체 A사가 기술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받아 상장심사시 수익성 요건을 면제받는 특례를 누리게 된 것.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적자가 계속됐지만 이번 평가로 코스닥행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야흐로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장되던 유망 기술벤처가 자금조달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장특례제도는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가늠하기 힘든 미래기술을 평가해 계량화하는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평가과정의 공정성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 같다.
A사의 기술을 평가한 곳은 증권선물거래소와 기술평가 위탁계약을 한 5개 기관 중 하나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거래소는 지난달 A사로부터 기술평가 신청을 받은 후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는 A사의 특성을 고려해 자연스레 생명연을 평가기관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A사가 최근 개발을 완료한 대표적인 기술상품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생명연과 공동 개발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회사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는 ‘A사와 생명연의 공동 야심작’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기술 소개란에는 ‘끝까지 후원하여 주신 A사 사장님께 특별히 감사드린다’는 생명연 원장의 인사말까지 곁들여졌다.
A사가 지난 92년 생명연 출신 연구원 창업 벤처 1호로 설립 초기 생명연에 입주했었다는 것은 논외로 접어두더라도 ‘묘한’ 형국이다.
물론 생명연이 바이오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구기관 중 하나인 데다 평가과정이 공정치 못했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불확실한 기술벤처의 코스닥 상장을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상장특례제도는 기술력을 무기로 미래 IT·BT 시장에 도전하는 유망 벤처를 지원하는 좋은 제도다. 거래소가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제공해 ‘특례제도’를 ‘특혜제도’로 변질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