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태극기세대의 도전, 기업가정신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7%대를 웃도는 청년실업 문제.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단연 최대의 화두다.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정책과제가 되고 사회 각계가 고민하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줄곧 악화일로다. 고학력 청년실업이 왜 생겼는가. 60년대에 그야말로 선택받은 사람만이 갈 수 있던 대학이 이제는 10명 중 6명이 4년제 대학을, 3명이 전문대학을 가는 고학력 세상이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교육열 덕분에 10명 중 1명만이 대학을 못 가는, 역설적으로 대학을 나와 한 달에 수십 번 이력서를 내도 취업을 못하는 청년실업 대란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답답한 일은 아직도 젊은이나 부모 모두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학까지 나왔는데’라며 버젓한(decent) 직장만을 바란다는 점이다. 더욱이 수년 전에 한국경제에 들이닥친,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이라는 암울한 전망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와 경기 양극화, 노동시장의 폐쇄성, 일부 업종, 일부 기업 주도의 성장 속에 일자리가 늘지 않는 선진국형 고용구조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고용 창출의 보루였던 300인 이상 대기업 수가 지난 3년 동안 640개사나 감소했다. 세계의 공장이자 대규모 투자자본을 흡입하는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 기업들은 기술집약적 지식정보산업과 전문인력의 확보에 기업의 사활을 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결과 기업의 경영합리화와 인력조정이 상시화되면서 ‘평생직장’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사오정, 오륙도’와 같이 30대에 입사하더라도 15년 정도 지나면 붙어 있기도 힘들어 퇴직을 준비하기 일쑤다. 운 좋게 정년을 마친다 하더라도 지금 20대는 80살까지는 족히 살게 된다. 이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데 이어 황우석 교수가 넓혀놓은 ‘무병장수의 시대’를 속절없이 맞고 있다. 대학을 마치고 20∼30년 일한 뒤 50대에 집에 들어앉아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해야만 하는가.

 그래도 젊은이의 희망은 열정이다. 젊은 20대가 나아가야 할 길은, 먼저 학력=출세라는 등식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남이 갖지 않은 실력만이 내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이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그러자면 젊을 때 100살까지 살 수 있는 기초체력을 미리 길러놔야 한다. 도전 정신으로 기업가 정신(enterprenurship)을 키워 줄 것을 간곡히 권하고 싶다. 젊을 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려면 크게 두 가지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실력 하나만은 자신이 있다면 창업으로 곧바로 ‘청년 사장’이 되는 ‘헝그리 정신’의 길이다. 10평 창고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휴렛패커드나 애플, 아마존닷컴과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젊은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다음으로 창업이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도록 기업가적 역량을 미리 강화하려면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대기업보다 비전 있는 중소기업을 찾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소 보수는 적더라도 마음고생 덜한 중소기업에서 생산에서 마케팅에 이르는 CEO 과정을 연습하며 10여 년 뒤 자기 사업을 한다는 자세로 ‘준비된 CEO’로 거듭나는 일, 청년이라면 한번 도전해 봄 직하지 않을까.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는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 밑거름으로 기업가정신을 꼽으며, ‘한국은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을 가진 나라’라고 극찬했다. 이 왕성한 프런티어 정신을 되살리자. 모험과 도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역동적인 태극기세대 젊은이들이야말로 차세대 성장동력의 희망이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cdkim@e-clus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