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연구소 새벽 불빛에 희망을 담아

내가 일하는 곳은 미국 세너제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PLD(Programmable Logic Device), 즉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 칩과 그에 따른 로직 디자인 IP, 관련 로직 디자인 설계 툴을 공급하는 자일링스라는 반도체 회사의 한국지사다. 여기서 내게 주어진 업무는 쉽게 말하면 맞춤형 로직 설계가 가능한 반제품 형태의 반도체를 공급하고, 고객이 원하는 용도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 제품은 주로 타임 투 마켓·낮은 비용·업그레이드 가능성과 같은 기능이 중요한 통신장비, 소비자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사용되고 있고 고객들은 주어진 짧은 기간에 아이디어 혹은 블록도 수준의 제품 사양을 구체화해 직접 PLD에 구현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술 지원이 요구되기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일과 시간을 고객들과 함께 보낸다.

 요즘 나는 와이브로 상용화 일정에 맞춰 관련 시스템 개발이 한창인 회사에서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원은 주말과 휴일도 잊은 채 매일 밤늦게까지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기에 동고동락하는 나도 매일 연구원들과 새벽 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제외하고는 고객사 엔지니어들과 생활하다 보니 가끔은 내가 어느 회사 소속인지 헷갈린다. 이러한 생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속하다 보니 가끔은 피곤하고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어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CDMA2000, WCDMA 시스템, PDP, LCD, PDA 등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의 IT관련 제품들을 바라보노라면 비록 그 제품들이 내가 일하고 있는 자일링스의 이름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개발 과정에 동참해 한몫 했다는 생각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

 오늘도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시며 귀가 길에 오른다. 새벽까지 환하게 켜져 있는 연구소의 불빛은 세계로 뻗어가는 IT 대국 대한민국호의 앞날을 밝게 비추는 등댓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밤낮을 잊고 연구 개발에 매진하는 엔지니어 여러분께 박수를 보낸다.

◆박경윤 자일링스코리아 부장ky.park@xilin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