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신화를 창조한다](14)지오마인드 이일승 이사

 ‘늦깎이 승부사’

 써니YNK의 개발 자회사인 지오마인드의 이일승(36) 이사는 또래의 개발자보다 출발이 훨씬 늦었다. 더구나 무대 위에 얼굴이 잘 알려져있지도 않다. 게임에 눈을 뜬 것은 고교 시절이지만, 개발에 직접 발을 담군 것은 대학과 군대를 모두 마친 30대 목전이었다. 사회에 뛰어들면서 게임 개발을 직업으로 선택하기란 여러모로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창작욕구가 강했습니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게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우선은 자취방에 컴퓨터를 갖다 놓고 3명이 함께 출발했습니다.”

 이렇게 초라하게 출발했던 그가 5년만에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차세대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로한’의 개발자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강산이 반쯤 바뀔 동안 쏟아부은 공이 적잖을 것이다.

 “2000년에 출발한 뒤 수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3명으로 출발한 개발자는 70명으로 늘어났고, 초반기 3년을 끌어오면서 여러차례 뒤엎었던 게임은 2년전 써니YNK로의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로한’으로서 제 생명을 다 얻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로한’은 분신 같은 존재다. 생명을 불어 넣고, 사람들이 즐기게 끔 존재성을 일깨우는 작업이 그의 손끝에서 이뤄진다. 열과 성을 다한다는 말이 무뚝뚝하기 이를데 없는 그 옆에 있으면 저절로 느껴진다.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측면에서 기존의 것을 완전히 배제하고 갈 수는 없습니다. 약 30%는 기존의 것을 로한에 맞게 원용했습니다. 그리고 진짜 승부인 70%는 새 것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표방하는 ‘시스템홀릭 온라인게임’ 이라는 개념이 말해주듯 경제·전투·길드 각 분야에 걸친 여러시스템 요소가 복합적으로 ‘로한’을 새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기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이 여러 시스템중 고레벨의 아이템을 자신에게 맞게 낮출 수 있는게 이른바 ‘레벨다운 인챈트 시스템’이다. 확률상 성공시키기 힘든 이 시스템은 지난 3차 클로즈드베타테스트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로한’만의 색깔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 여름 오픈베타를 앞두고, 새 출발선에 선 듯한 느낌입니다. 여러 테스트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고, 시스템 개선이 이뤄졌지만 그래도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건 승부란 건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창업동지 가운데 한명을 아내로 맞이했다. 게임인생에서 얻 두가지 재산을 지금도 아내와 ‘로한’이라고 믿고 있다.

“나머지 한가지 얻고 싶은 열매는 ‘로한’에 대한 이용자의 평가와 사랑입니다. 그것만 얻어진다면 서른여섯 인생은 물론, 남은 인생도 게임에 쏟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발자를 지탱하게 하는 가장 큰 에너지는 이용자로부터 나옵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