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지체되면서 칩을 개발한 국내 반도체 벤처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칩 업체들은 1∼2년 전부터 정부 및 사업자들이 발표한 일정표를 꼼꼼히 살펴보며 수십억원대의 자금을 투입, 지난해 말부터 칩을 발표해 왔다. 그러나 정부, 방송사업자, 이동통신사업자 등 ‘고래’들의 이해다툼으로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기존에 개발한 칩들이 상용화되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 있다.
업체들은 논쟁이 빨리 끝나고 더욱 명확한 계획 속에 서비스가 진행되고, 조기에 활성화돼 하루빨리 모바일 방송시장에 진출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체되는 서비스 활성화=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상파DMB 서비스 음영지역의 중계기 설치와 단말기 유통을 놓고 방송사업자와 이통사 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료화돼야 중계망을 설치하고 단말기를 유통할 수 있다는 이통사와 보편적 서비스를 강조하는 방송사업자가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방송위원장이 유료화 검토 발언을 했지만 여전히 어떻게 문제가 해결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7월부터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서비스가 지체되고 있으며 일러야 연말께나 본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곤란에 빠진 칩 업체들= 대기업 간의 논란이 계속되면서 칩 업체들은 마냥 기다리며 동향 파악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범규 인티그런트 사장은 “위성 DMB도 예상보다 10개월 가량 늦어져 고전한 데 이어 지상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 같아 칩 업체로서는 계획대로 제품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창일 아이앤씨테크놀로지 사장도 “상반기 초 개발한 1차 버전 칩이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개발비도 회수하지 못한 채 경쟁사의 추격에 따라 신제품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비스 지연으로 계획에 맞춰 차질없이 준비해온 선두업체만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유료화 논쟁으로 방송 표준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애초 무료 서비스에 맞춰 칩을 개발했지만 유료화로 변경되면 소프트웨어 조정 및 칩 재제작 등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로드맵만 명확했으면”=칩 업체 대부분은 유료화든 무료화든 간에 서비스만 빨리 시작했으면 하는 처지다. 비용이 들더라도 로드맵이 명확한 게 차라리 낫다는 주장이다. 손택만 센트로닉스 사장은 “유료든 무료든 방향이 결정되지 않아 이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며, 결국 한 달에 1억원 이상씩 비용만 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창일 아이앤씨 사장도 “유·무료화에 대한 입장보다도, 어떤 방향이든 조기에 결정돼서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는 것이 칩 업체로는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칩 재제작보다도 국내에서 서비스가 정착해야 해외 수출길을 틀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고범규 인티그런트 사장은 “지상파DMB 유·무료화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조기에 정착해 훌륭한 레퍼런스를 만든 뒤, 해외에 진출할 기회를 찾아야 하는 칩 업체로서는 칩 리비전 비용 몇억원보다 서비스 정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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