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고급 노동력은 IT산업을 경제성장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인도 정부의 과감한 투자에 의해 비로소 결실을 맺고 있다.
인도는 과거 20년 동안, 학교 시스템을 IT 및 과학의 육성 정책에 맞춰 개편해왔다. 80년대 중반 전국적으로 70여개 학교에서 5000명 안팎의 IT·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이 배출됐지만 지금은 전국 1750개의 대학에서 25만명의 인력이 배출된다. 또다른 10만명의 학생들은 기계·화학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문을 두드린다. 방갈로르가 위치한 카르나타카주의 경우 매년 130개 4년제 대학에서 3만명의 IT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다. 인도 전체적으로는 4년제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학생들이 10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것은 인도 IT산업에 새로운 기회이자 동시에 문제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인도는 양질의 저임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무기로 해외 투자를 유치해왔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과 일자리의 증가는 전통적인 인도 기업들의 고용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사업가로 네비스 네트웍스라는 인도 기업을 후원하고 있는 비노드 드함은 인도에서 사업을 하면서 다소 황당한 경험을 했다. 네비스 네트웍스의 최고 엔지니어가 갑작스럽게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 엔지니어의 장인이 무명의 회사보다 인텔이나 IBM과 같은 유명업체에 취직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인도에서 IT산업의 본질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인도에서도 서구 방식의 인력유치와 유지문제가 기업들의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도IT기업협회에 따르면 인도에서 엔지니어링 분야를 이수한 대학 졸업생들은 선두권 인도 회사에서 월간 1만5000∼2만8000루피(미화 4300∼8000달러)를 받는다. 부장급 관리자는 연간 3만∼5만1000달러, 사업부서장은 연간 7만6000달러를 받는다. 이는 미국 기업의 동급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HP와 인텔, 선과 같은 다국적기업들은 두배 심지어는 세배까지 급여를 확대할 움직임이다. 이제 인도에서 연간 두자릿수 임금 상승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급속한 임금상승과 이에 따른 잦은 이직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 기관인 국방연구개발기구(ORDO)는 일년에 60명정도의 과학자들을 다양한 산업분야에 빼앗기고 있다. 인도 과학협회의 M.L. 문자이 교수 역시 “내부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며 “이는 인도가 국제화를 위해 지불해야하는 대가”라고 말했다.
테자스 네트웍스의 산제이 나약 CEO는 “연간 18∼20%에 달하는 임금 상승이 본질적인 문제”라며 “근로자들의 회사에 대한 낮은 충성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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