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유럽 IT업체들을 들끓게 했던 ‘SW특허법안(software patents directive)’이 6일(현지 시각) 유럽의회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다.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특허 대상에 포함하는 등 SW 특허 범위를 확대한 동 법안의 부결로 그동안 이를 적극 지지해온 알카텔, 에릭슨, 노키아, 필립스, 지멘스 등 유럽 대형 IT업체들이 크게 실망했다. 또 이들과 동조 입장을 보여온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계 글로벌업체들도 유럽에서의 특허 활동이 위축 될 것을 우려하는 등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반면 오픈소스와 영세 IT업체들은 “대기업에게만 유리하던 법안이 마침내 힘을 잃었다”며 환호하는 등 두 진영간 입장이 극명히 갈렸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동 법안은 이날 실시된 최종 표결에서 반대 648표, 찬성 14표, 기권 18표의 큰 차이로 부결됐다.
법안 반대 행동을 이끌어 온 자유정보인프라재단(FFII)의 한 관계자는 “SW 기능과 비즈니스 방법을 독점하려는 세력에 맞서 유럽의 혁신과 경쟁력을 보호하려 애쓴 이들에게 커다란 승리”라면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반대자들은 그동안 법안에 대해 컴퓨터로 만든 창작물’이라는 조항의 의미가 모호하며, 또 SW(프로그램) 자체까지 특허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만일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유럽의 중소 SW기업과 오픈소스 개발자들에게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부결 직후 조셉 보렐 유럽의회 의장은 “이번 법안 부결이 EU 회원국들이 승인한 법안을 부결한 첫번째 사례로서 유럽의회의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망 스러운 표정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올리버 드루이스 유럽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유럽 국가들 간에 서로 다른 특허법을 가지고 있어 유럽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지난 2002년 2월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제안한 이 법안은 지난 4년간 관련 단체 및 회원국간에 격렬한 찬반 논란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여러 차례 수정되는 우여곡적절 거쳤다. 하지만 SW 특허권이 몇몇 다국적 IT기업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한 소규모 SW 기업들과 의원들의 우려 때문에 결국 기각됐다. 앞으로 SW특허법안의 개정 버전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난 3월 유럽연합의 행정부격인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찰리 맥크리비 위원은 “의회가 현재 버전을 거부한다면 위원회가 새로운 SW특허법안을 다시 제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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