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훈 CJ케이블넷 사장(50)은 웃는 낯일 때가 많다. 사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사장은 녹록치 않은 자리다. 현재의 SO는 중계유선사업자(RO)와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태동했다. 그만큼 ‘눈앞의 실리’에 대해 집착하는 생리가 뿌리깊다. SO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철저한 ‘갑’으로 행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다르다. CJ케이블넷은 PP와 1년 계약을 지키며 이른바 ‘맘에 안 드는 PP’를 손보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 사장은 “SO의 고민은 좋은 콘텐츠를 고객에게 주는 것”이라며 “PP는 SO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PP에 1년 계약을 지켜줘, 예측가능한 경영을 하게 하면 그들은 좋은 콘텐츠로 보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예전 CJ홈쇼핑에서 PP의 설움을 맛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PP를 아는 MSO의 CEO인 그는 또한 통신을 아는 방송사 사장이다. CJ그룹이 드림라인 사업을 할때 그는 CJ맨으로서 드림라인 영업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2년정도 통신을 어렴풋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통·방융합 격전에서 통신사업자들은 CJ그룹을 무서워한다. CJ가 가진 자본력 때문이다. 또한 미디어전략 선봉에 통신을 아는 CEO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IPTV는 방송과 같은 콘텐츠를 보내니 방송아니냐”며 “고객 입장에선 새 플랫폼이 늘어났다고 좋은 게 아니라 새 콘텐츠가 많아져야 좋다”고 지적했다. “중복 망 투자를 할 게 아니라 고객 측면에서 콘텐츠 투자를 해야 전체 산업에 유용하다”는 그는 드림라인의 사례를 강조했다. 즉, 당시 정부가 수많은 기간통신사업자를 양산했지만 망 투자 경쟁을 한 업체들이 줄줄이 위기에 빠졌다는 설명. IPTV도 중복 망 투자 경쟁이 아닌, 서비스와 콘텐츠 경쟁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요즘 그의 최대 관심은 사실 IPTV가 아닌 ‘디지털방송’이다. CJ케이블넷은 올 2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케이블 본방송을 시작했다. 아무도 안 해본 미지의 영역을 걷는다.
“MSO는 그간 공급자의 논리였다, 왜냐면 아날로그방송의 대체재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디지털방송은 고객에게 가치를 심어주지 않으면 선택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MSO가 마케팅 컴퍼니로 변하는 도중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MSO가 마케팅컴퍼니로 변신에 성공하면 통신사업자에겐 좀더 강한 경쟁자가 출현한 셈이 될 것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