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96년을 ‘디자인 혁신의 해’로 선포한 지 10년이 흘렀다. 올 상반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블루블랙폰’은 지난 10년 간 삼성전자 디자인 경영의 결실이자, 디자인 혁신 선언 10돌을 축하하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
1000만대 판매기록을 세운 이건희폰, 벤츠폰에 이어 블루블랙폰은 이건희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 휴대폰 디자인팀은 애니콜 신화창조의 산실로 불린다. 전체 500여명의 디자이너 중 약 30%인 150여명이 휴대폰 디자인을 담당한다. 이 곳에서는 매년 출시되는 130∼150모델의 휴대폰을 비롯 개발단계에서 사장되는 단말기 등 총 1000여 모델이 디자인 된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업무만큼 깔끔한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삼성전자의 보수적 문화와는 대조를 이룬다.
삼성전자 휴대폰 디자인팀은 ‘사용자로부터 출발하여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무수한 히트상품을 개발해 왔다.
삼성 휴대폰 디자인을 총지휘하는 윤지홍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전무는 “품질 기술도 중요하지만 휴대폰은 패션지향적이어야 한다”며 “과거 제품 개발의 일부분이던 디자인이 이제는 경영의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휴대폰 디자인팀이 매년 디자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원동력에는 디자이너들이 제품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윤 전무는 “예전 디자이너들의 역할은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제품에 껍데기를 씌우는 것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배터리, LCD 등 부품은 물론 기술로드맵에 대한 연구를 통해 디자이너가 제품개발에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 출시할 휴대폰을 앞서 개발한 뒤 저장해 놓는‘디자인 뱅크제’ 운영도 삼성 휴대폰의 경쟁력을 높이는 또 다른 배경이다.
선행디자인팀이 미래의 통신환경 및 일반인들의 사용 시나리오를 토대로 단기, 중기, 장기 등 단계적으로 휴대폰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디자인팀은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의 밀라노 선언 이후 더욱 분주해 졌다. 디자인 역량 강화가 곧바로 매출 확대와 직결된다는 내용의 이른바 2기 디자인 경영선언에 관한 액션플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디자인팀은 우선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가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외국의 유명 디자인센터 및 학교에 유학을 보내는 ‘디자인 파워 프로그램’도 확대할 예정이다.
윤 전무는 “미래의 휴대폰은 와이브로, HSDPA 등 새로운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진화될 것”이라며 “다만 전반적인 트렌드는 두께는 얇아지고, 화면은 커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사진: 삼성전자 휴대폰 디자이너가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첨단 단말기에 적용할 색상과 재질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