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IT 코리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무선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게임산업 등에서 성과를 보고 있다. CDMA 강국, 인터넷 강국, 게임 강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 산업의 육성 과정에서 ‘퀄컴’에 수조원의 로열티를 지급해야만 했고, ‘시스코’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돈을 벌어갔다. 또 게임 강국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블리자드’라는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었다.
하지만 응용프로그램 대부분이 윈도 운영체계(OS)에서 구동된다. 전체 서버 시스템의 68%가 윈도며, 공공기관은 65%가 유닉스로 구축되었다. IT 기반 시스템이 외산 OS에 종속되어 있는 데도 진정한 IT 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윈도는 한 회사에 의해 기술과 소스가 관리되므로 모두 그 회사의 정책과 기술 변화에 주목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국산 소프트웨어 회사는 미국의 한 회사의 기술정책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주적인 OS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자주적인 원천기술 확보로 OS 독립을 이루었을 때 진정한 IT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대안은 바로 리눅스다.
사실 리눅스라는 바람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세계 각국 정부는 MS의 대안이 되는 OS로 리눅스를 개발하는 데 열중해 왔다.
이렇게 각국 정부가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럽, 남미, 아시아 각국 정부는 각 국가의 SW회사들이 리눅스에 맞는 SW를 속속 개발하여 자국의 SW산업을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또한 MS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이 나타나기를 내심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SW인 리눅스의 활성화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관련부처, 기업, 민간에까지 도미노 효과를 나타내며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설사 리눅스 도입 초기에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사용하기 불편하며 TCO 절감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정부 수뇌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이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OS를 리눅스로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리눅스에는 ‘표준’과 ‘인증’의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150여개의 리눅스 OS가 개발되었는데 다른 특징과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표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후에 솔루션 벤더들로부터 전세계에 확산되어 있는 HW와 SW에서 잘 구동되는지 ‘인증’ 받아야 한다.
최근까지 표준과 인증 문제가 해결되어 전세계를 대상으로 리눅스를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제품은 미국의 ‘레드햇’, 유럽의 ‘수세’, 아시아권의 ‘아시아눅스’ 정도다. 특히 아시아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전세계 주요 솔루션 벤더가 인증한 ‘아시아눅스’는 한·중·일의 리눅스 기업인 한글과컴퓨터, 홍기, 미라클사가 공동 참여하여 개발, 마케팅, 지원에 이르기까지 신뢰성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최근에 엄정한 기술검증 과정을 거쳐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프로젝트에 공식OS로 채택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최근 몇 년 동안 리눅스 등 오픈소스 SW를 이용하여 국산 SW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선의 전산 실무자들은 여전히 유닉스 시스템을 선호한다. 정부의 리눅스 부흥정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진정한 OS 종주국이 되기 위해 이제는 아래에서부터 위로의 개혁을 기대해 본다.
◆백종진(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jjbaek@haan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