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기업체 간에 팽팽히 맞서 온 반려권 부여, 플랫폼검증툴(PCT) 운영문제 등 ‘위피(WIPI)’ 표준 제안 프로세스 개편과 관련된 쟁점 사항이 대부분 해결됐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국내 사업자 간 이해상충으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를 그대로 방치할 일은 없어졌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반려권 부여 문제는 권한이 한 단계 낮은 우선협상권을 제공해 표준화위원회가 제안한 스펙이 의무화되기 전에 이통사가 서비스 적용에 문제가 없는지 우선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단말기업체들에는 플랫폼 특허 공세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통사와 단말제조사 간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이 서로 한발씩 양보해 합의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쟁점 사항 해결이 위피의 표준 제정을 주도하는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 표준화위원회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려권 부여나 PCT 운영 관련 사항은 모두 표준화 주도권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사안이어서 이통사나 단말기업체 등 이해당사자 처지에서는 좀처럼 양보하기 힘든 문제였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이해관계를 내세우기보다 서로 뭉쳐 궁극적으로 토종 플랫폼인 위피를 세계화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표준화위원회 활동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처럼 이해당사자들이 상호 발전을 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표준화위원회는 이번 쟁점 합의로 지난 3월부터 4개월여간 지루하게 끌어 왔던 위피 표준 제안 프로세서 개편 논의는 사실상 마무리짓고 오는 9월께 새로운 표준안 제안 체계로 돌입, 표준 플랫폼 제정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위피 표준 제안 체제 개편안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표준위원회 운영방식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기제조업체 중심에서 솔루션·콘텐츠 개발업체들까지 포함하는 개방형 커뮤니티 형태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신기술의 표준제안이 한층 활기를 띨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3D, 텔레매틱스 등 유관산업 표준과의 연계작업도 속도가 붙어 위피를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통사·단말제조사는 물론이고 솔루션·콘텐츠 개발업체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한 스펙을 제시, 표준으로 채택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위피가 브루나 심비안, 모바일윈도 등 경쟁 플랫폼이나 운용체계와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기술 제안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잘된 일이다.
표준화 조직과 체계를 새롭게 갖췄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공동의 발전을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 활성화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표준 제안 체제 개편 과정에서 이해문제로 초래된 반목은 가능한 한 빨리 해소해야 한다. 또 개방형 커뮤니티답게 표준 제정에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표준화위원회가 목표로 삼고 있는 위피의 세계화를 위한 기본 조건이 되는 세 확장도 가능해지고 힘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표준화위원회의 정회원이 늘고 의사결정방식이 종전 만장일치에서 다수결 형태로 바뀌어 표준 결정이 빨라질 수는 있지만 자칫 제정 규격이 느슨해질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