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 격전의 한 축은 지상파방송사다. KBS는 방송계 맏형.
KBS 엄민형 DMB 팀장(46)은 지난 2∼3년간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위성DMB 논란의 자리에 항상 있어 왔다. 지난해 12월말 ‘KBS-MBC-SBS-EBS-KT-KTF-LGT’로 이어지는 이른바 ‘지상파DMB 7자 제휴’의 산파역을 해낸 이가 엄 팀장이다. 현재의 지상파DMB를 일궈낸 그는 지금 ‘장고’ 중이다.
그는“바둑에선 어려운 국면일때 선뜻 수를 놓아 과수를 두느니 차라리 참는게 낫다”며 웃는다. 물론 지상파DMB 활성화를 위한 ‘망식별부호 도입’ ‘유료화’ 논쟁에 대해서 고심한다.
그는 그러나 KBS의 구성원으로서 통·방융합 시대를 읽는데 주의를 기울인다.
“KBS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조직이라서 ‘새로움’에 대체로 부정적”이라며 통·방전략에 대해 말을 꺼냈다. “KBS는 통·방융합 시대를 맞아 지금까지의 광고·수신료 수익모델에서 가입자 기반 수익모델로 전환이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중”이라고 말했다.
KBS는 통·방시대에 강점이 있다. 방송의 망·콘텐츠·인력 인프라가 막강하다. 다양한 의견 수렴경로를 갖췄다.
엄 팀장은 “복잡한 내부 의견충돌은 시행착오 역할을 해 오판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속한 의사결정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그도 인지한다.
그는 “반면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란 위치는 뉴미디어 속성과 항상 배치된다”며 약점을 꼬집었다.
무거운 KBS를 업고 뉴미디어 지상파DMB를 여기까지 끌어온 것만봐도 엄 팀장의 추진력을 엿볼 수 있다. 엄 팀장은 20년 KBS 생활 중 10년을 노조 전임으로 일했다. 90년대 중반 현 MBC 사장인 최문순 당시 MBC 노조위원장과 산별노조를 설립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이때 공동의 이해를 모아나가는 법을 체득케했다”고 말했다.
그가 보는 현 통·방융 합구도는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 연대·공존의 시기’다. “그간 방송사업자들은 통신사업자들의 방송 진출을 막는 방어의 시기였지만 이제 바꿨다”고 덧붙였다.
엄 팀장은 “공존의 평화는 2∼3년간 지속될 것이며 이후 200∼800MHz를 놓고 다시 전쟁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800MHz 이하는 방송, 이상은 통신으로 나뉘어졌으나 디지털기술은 영역을 무너뜨렸다는 설명.
그는 지금 KBS가 황금벌판(200∼800MHz)에 뿌릴 최고의 작물을 찾는 중이다. 그의 고민은 이통사의 그것과 같다. 해법은 전혀 다를 것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