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은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의 1위는 상상도 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하지만 국내 IT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최근에는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1위 품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양적인 경쟁력에서 1위가 아니라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1위 기업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가 새삼스러울 게 없을 정도다.
이처럼 국내 IT산업에서 세계 1위의 제품이 늘다 보니 ‘200×년까지 세계시장 1위’라는 목표를 가진 IT기업을 흔히 접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된 현대의 정보통신 업계에선 세계시장의 선두권에 진입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세계 1위’까지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일부 대기업의 거창한 구호가 아닌 모든 IT기업의 생존 대책으로 대두됐다.
많은 기업이 이 같은 현실을 충분히 인식, 기업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하는 비전과 실행방안에도 불구하고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세계 1위’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혼자 힘으로 제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선 세계 수준의 파트너 없이는 ‘세계 1위’는 불가능하다. 즉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휴대폰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노키아·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채택, 성공적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고급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최고 품질의 부품들을 공급해주는 협력업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부품업체들과 거래한 결과는 최종 제품의 품질 향상은 물론이고 국내 부품업체들의 경쟁력 역시 동시에 향상되는 효과로 나타났다.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새로운 분야나 품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수요만 창출된다면 ‘세계 유일’은 당연히 ‘세계 1위’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재나 부품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이는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파트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스팬션 역시 미국의 AMD와 일본의 후지쯔가 노어형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 생산하기 위해서 설립한 합작회사다. 지난해 전세계 노어형 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25% 이상 기록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주요 휴대폰 제조사 및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요 고객으로, 핵심 메모리 공급에서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새로운 모델을 단기간에 출시할 수 있도록 메모리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앞선 기술력, 고객지향적 사고 그리고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성공적인 ’넘버 1’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전문가가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한 주역으로서 IT산업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성이 큰 분야에서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더 나아가 대기업 및 파트너 업체 모두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에코 시스템’을 상호 간에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김광준 스팬션코리아 사장 kj.kim@spans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