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스티브 잡스 제프리 영, 윌리엄 사이먼 지음·임재서 옮김·민음사 펴냄
오만과 아집, 혁신, 독단, 설득력, 괴짜, 카리스마….
끝을 알 수 없는 복잡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시대 혁신을 주도하면서 컴퓨터, 영화, 음악을 장악한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독단적인 성격으로 동료들과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고 아이템 도용 의혹에 대한 비난도 받고 있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마우스 도입 등 그가 오늘날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건내준 혜택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단지 ‘좋으니까 사라’고 외쳐대는 SW, HW업체들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이 책은 잡스라는 오만한 천재 기술 마니아가 성공과 추락의 나락에서 어떻게 예술가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됐는지를 흥미진진하게 꾸민 잡스 평전이다. 비현실적인 목표와 갖가지 기벽으로 몽상가라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룬 잡스의 추락과 부활을 균형있게 그려냈다.
책은 1955년 2월 24일 ‘이름없는 아이’로 태어난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폴과 클래라 잡스 부부에게 입양됐을 때부터 시작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말썽꾸러기 어린시절과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운명적인 만남, 깨달음을 위한 인도여행, 아타리에 취업했던 시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또 전 13장에 걸쳐 애플의 상표권 분쟁과 워즈니악과의 동업관계에 얽힌 비화, 코모도사의 애플 인수 제안, 애플의 성공과 존 스컬리 영입, 애플에서 쫒겨났던 사건과 픽사 인수 등을 편년체형식으로 소개했다.
특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애플 내부의 문화나 잡스의 성향, 걸출한 인물들간의 파워 플레이 등을 소개해 재미를 더했다. 저자들은 픽사와 아이팟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잡스가 더 이상 화려한 말솜씨만을 내세우는 오만한 사업가가 아니라는 평가를 내린다.
잡스의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지난 2000년 열렸던 맥월드 엑스포라는 것이다. 당시 수천명의 컴퓨터 사용자들과 주주, 개발자들에게 팀 스포츠를 강조하던 연설은 그가 시종일관 고수해왔던 엘리트주의와 불패 신화의 이미지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늘 시대에 앞섰기 때문에 배척당하기도 했던 잡스라는 매력적인 인간의 내면세계를 감칠나게 그리고 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