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시범방송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이미 시중에 지상파DMB 단말기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향후 구매자와 제조업체 모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상파DMB 사업자와 정책당국의 무대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지상파DMB 수신기는 차량용 단말기와 노트북을 합쳐 5개 모델 이상이며, 판매대수도 1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음영지역 중계망 구축 등에 대한 이견으로 시범방송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고, 향후 망식별부호(NIS) 등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라 표준이 변경될 수도 있어 고객의 피해는 물론 제조업체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제조사 잇따라 단말기 출시=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은 차량용이 3종, 노트북 2종이다. 차량용은 지티전자가 셋톱박스형 제품을 지난 6월 출시했다. 퍼스텔도 6월에 LCD 일체형 제품을 출시하고, 지난달 15일부터는 셋톱박스형 제품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총판과 대리점에 공급된 물량이 8000여대가 넘는다. LG전자가 출시한 DMB 수신 노트북 2종류도 20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 4월말 시장에 나온 LW40은 월2000대 이상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6월말 출시한 LW20 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일정, 표준 불확실성 ‘부담’=지상파DMB는 시범방송 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언제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시범방송 일정은 당초 7월초에서, 7월 중순으로 연기됐다가 최근엔 무기한 연기됐다. 일정을 연기한 이유는 중계망 구축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2월로 예정된 본방송 일정마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지금 DMB 수신기를 구입한 소비자는 언제부터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표준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음영지역 중계망 구축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실무반이 꾸려져 논의를 하고 있다. NIS 등의 새로운 기술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 경우 지금 나온 표준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과제와 전망=표준이 변경되면 현재 출시된 단말기로는 지상파DMB 방송을 수신할 수 없게 된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수신이 가능하게 할 수는 있지만, 업그레이드에 따르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수신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상파DMB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7월 시범서비스 시작을 믿고 단말기를 개발, 출시했는데 이제는 역으로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자금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토로하고 “나아가 현재의 표준에 따라 개발한 제품의 경우 표준을 변경하면 제조업체에 큰 타격”이라고 우려감을 전했다.
서비스 사업자들도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단말기가 판매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지상파DMB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상용서비스 시점을 TTA에서 표준이 확정되는 시점으로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표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재의 단말기 출시 상황이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사도 마음껏 제품을 만들어내고, 서비스 사업자도 서비스를 할 수 있게 (중계망 구축과 관련한) 논란이 조속히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