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는 올드미디어 매체에 ‘뉴미디어팀’이 있다.
MBC 석원혁 뉴미디어팀장(45)은 요즘 ‘10살짜리 뉴미디어(?)’인 케이블TV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비전을 배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IPTV를 준비 중인 KT 관계자와도 자리를 갖는다. 그에게는 지상파방송사 사람들이 통신사업자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대할때 끼는 ‘색안경’이 없다. 통·방융합시대에 앞서가는 MBC를 만들기 위해선 그들을 올바르게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MSO들이든 통신사업자들이든 서로 윈윈할 모델이 있다면 협력할 수 있지 않겠나”라는 석 팀장.
그를 보고 있으면 통·방융합시대가 지상파의 위기로 이어지리란 통상적인 전망에 회의가 든다.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방·통 격전이라고 하지만 결국 콘텐츠가 새 매체를 받쳐줘야하는 형국”이라며 “지상파방송사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시켜 여러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다른 사업자와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가 바로 통·방시대에 지상파가 가져갈 힘의 원천이란 설명.
“드라마, 스포츠 등의 주력 콘텐츠 분야에서 그간 지상파방송사는 닫힌구조여서 다소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이를 곧추 세우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스포츠분야 힘의 균형이 점차 자본을 갖춘 프로덕션이나 에이전시로 옮겨가는 현상을 막는데 지상파가 나설 때란 시각이다.
지상파방송사는 그간 제작비 확보 등에서 내부 시스템에 골몰했지만 향후 외부에 열린 자세를 갖출 것이란 전망인 셈.
석 팀장은 그러나 비즈니스에선 경쟁사에도 열려있으되, 원칙에선 양보가 없다.
“방·통융합을 얘기하지만 이는 통신사업자가 수익 시장에 진출키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테제로 이용한 측면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공급자 논리일뿐 수용자인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빠졌다는 지적. 따라서 통·방융합 주요 변수는 ‘정부가 이런 통신사업자의 논리에 휘둘려 공급자 정책을 펴는냐 아니면 수용자 정책을 확고히 하느냐’라고 설명했다.
그는 논리적이다. 사실 석 팀장은 올 2월까지만 해도 언론노조 정책위원이자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서 방송의 공익성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기술적 이해도 빠르다.
석 팀장은 항상 웃음으로 상대방을 편하게 끄는 매력이 있다. 통·방 격전에서도 그의 매력은 여전할터다. 단 그의 안경너머의 날카로움에 누군가는 베일지 모른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