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업체의 2분기 실적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부진을 면치 못해 하반기 국내 시장 전망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초대형 차기작에 대한 개발·마케팅 비용과 기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반면 상용화 효과는 지지부진한, 이른바 게임시장형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마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먹구름은 지난 2일 웹젠이 충격에 가까운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현실화됐다. 오는 1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엔씨소프트도 그다지 호전된 성적을 내놓기 어려워 이래저래 실적 관련 한숨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계절 탓만?= 2분기 실적이 악화되면 의례히 따라붙는게 계절적 비수기란 변명이다. 물론 각급 학교가 신학기에 들어가고, 그에 따른 일정부분의 이용자 이탈이 불가피하다지만 그것으로 모든 원인이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2분기에 ‘카트라이더’ ‘프리스타일’ ‘스페셜포스’ 등 서너개를 제외하면 거의 낙제점에 가까웠다. 선도 업체의 곶간이라 할 수 있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부문은 오히려 기존 ‘리니지’와 반짝 기세를 올린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지배력만 재확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국산 온라인게임이 내용적 진화는 거듭해가면서도 시장으로부터는 외면받고, 인기는 끌면서도 정작 유료화에선 실패하는 경우가 거듭되고 있는 셈이다.
◇캐주얼게임의 이유있는 기세= ‘카트라이더’로 전국적 선풍을 이어간 넥슨은 1분기 539억원의 매출과 엇비슷한 2분기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590억원 안팎인 2분기 엔씨소프트 매출 전망치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1분기 보다 좁혀질 전망이다. ‘프리스타일’ 역시 최근 PC방 유료화에 이어 일본시장 공략에도 나서 또 하나의 대박 캐주얼게임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1인칭 슈팅게임으로는 보기드문 성장세를 타고 있는 ‘스페셜포스’도 지난 5월 부분유료화에 돌입, 실질적인 수익을 2분기부터 차곡차곡 챙기고 있다.
엔씨소프트, 넥슨, 한빛소프트, 그라비티 등이 캐주얼게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당장 늪에 빠진 MMORPG 보다는 캐주얼게임을 실적 개선의 요긴한 대안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창출과 수익을 동시에= 하반기 선보일 게임중에는 벌써 몇몇 장르나 소재 중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야구, 테니스, 스노우보드 등 스포츠류를 비롯해 캐주얼 슈팅, 아케이드형 대전액션 등 돈 될 만한 곳에 너도나도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해외도 아닌 국내에서 플랫폼이 아닌 소재의 경쟁으로는 시장 전체를 병들게 할 수 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게임을 만들어내면 새로운 수요층 유입은 물론 수익 제고에도 절대적으로 이롭다.
한 게임업체의 대표는 “우리 회사를 제압해서 게임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밟혀주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그냥 상대방에 대한 김빼기 전략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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