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에 사상 최대의 ‘디지털 교과서’ 실험이 시작된다.
프린스턴, 유타,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 10개 대학 학생들은 이번 학기부터 수십종의 e북 교과서를 구내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C넷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출판업자들은 수년전부터 출판사별로 학생들에게 직접 e북 교과서를 판매해왔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못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학가의 e북 판매는 내로라하는 유명 출판사와 교과서 유통업체, 대학 서점상 등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e북 교과서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시험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C넷은 전망했다.
대학생들이 구내서점에서 e북 교과서를 선택하면 종이 교과서에 비해 33% 할인혜택이 있는 e북 다운로드 카드를 구매하게 된다. 일단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e북 교과서는 5개월 뒤 학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 또 불법복제방지를 위해서 교과서 내용을 한꺼번에 프린트하는 것도 제한받는다. 따라서 학기가 끝난 뒤 중고 교과서를 되팔아 용돈을 챙기던 낭만은 사라지게 된다. e북 교과서가 종이책보다 훨씬 저렴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e북 교과서는 어떤 내용이든 즉시 검색이 가능한데다 책가방 무게를 획기적으로 덜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유타대학의 한 학생은 “자주 보지 않는 두꺼운 교과서라면 e북 구매도 기꺼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대학가 e북 판매를 주도하는 교과서 유통업체 MBS텍스트북 익스체인지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e북 교과서가 널리 보급되면 재고가 없어 교과서를 제때 못구하는 학생은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맥그로 힐, 휴톤 미플린, 존윌리 앤 선 등 유명한 교육전문 출판사들도 e북 교과서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오랜 전통의 종이 교과서가 쉽게 e북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실제로 미국 출판업계에서 e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데 지난 2004년 3분기의 경우 e북 매출은 총 320만달러에 불과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모니터로 책을 읽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고 노트북·PDA 등 e북 장비가 너무 비싼 것도 e북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일부 학생들은 대형 교과서 출판사들이 e북을 보급하려는 주된 이유가 중고 교과서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넷은 이번 대학가의 e북 교과서 판매가 성공할 경우 학생마다 두꺼운 원서를 들고 다니는 미국 캠퍼스의 풍경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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