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모던디자인비판

[클로즈 업]모던디자인비판

◆모던 디자인 비판·카시와기 히로시 지음·서정원 옮김·안그라픽스 펴냄

 

‘물질의 시대 20세기를 풍미했던 모던 디자인을 해부한다.’

 2002년 일본 디자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준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의 역저 ‘모던 디자인 비판’은 디자인의 근대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디자인이 근대를 어떻게 반영하고 시행하고자 했는지, 그것은 어떤 논리와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이 시대에 어떻게 변용돼 나타나는지에 대해 꼼꼼히 짚고 있다.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디자인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디자인을 통해 근대적 사고를 꾸준히 해석하고 연구하는 일본의 대표적 디자인 평론가다. 저자는 모던 디자인이란 한마디로 ‘물건의 계획’에 관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던 디자인이 물건을 통해 생활의 변혁을 가져오거나 대량 소비에 대한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물건은 우리들이 외부와 관계를 맺기 위한 근원적인 매개체로, 인류학적인 의미에서 ‘변화’의 연쇄작용을 일으켜왔다. 물건은 이미 ‘노동’ 등 모든 행위와 관련됐고 ‘인간관계’나 ‘욕망’이라는 우리의 존재 그 자체와도 연관됐다. 나아가 물건은 사회나 경제체제가 만들어내는 네트워크의 요소로 존재한다.

 모던 디자인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다. 그것은 이 시대에 펼쳐진 대항 문화운동과 관련이 있다. 물론 모던 디자인은 산업 사회의 계획 개념에 의해 우리들을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을 소외하는 환경을 구성하게 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 비판은 탈산업(포스트 공업)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모던 디자인이 만들어낸 환경 속에서 우리들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발견할 수 없다는 존재론적인 의문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70년대 전후에는 모더니즘(근대의 시도)에 대한 회의가 확대되고 모더니즘을 종언하려고도 했다. 또한 그러한 사고나 감각이 확대되면서 모더니즘을 지탱한 틀이나 근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는 일은 모던 디자인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이나 어려움을 역사적으로 검토하는 일임과 동시에 모던 디자인의 리사이클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특히 이 땅의 디자이너들에게 요긴하게 받아들여진다. 일찍이 발터 벤야민이 복제기술을 빠르게 일상에 침투시킴으로써 아우라가 상실되어 가는 현상을 애석하게 묘사했다. 오늘날 우리는 주체의 존재가 점점 희미해지는 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저자 역시 어느 쪽으로도 판단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