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제부처 고위직 공무원과 점심식사를 했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걱정이다. 이래도 저래도 안되니 어찌할 수 없다고….
여기에 재미있는 설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경제지식(?)을 한껏 높여 놓은 것이 국민주라는 얘기다.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이루어지면서 공모하게 된 국민주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은행창구마다 대부분 국민주 청약을 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마다 큰 이익을 남기는 국영기업이 민영화됐으니, 그 주식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였다. 웬만한 주식투자자는 국민주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장롱 속의 푼돈을 산업 자금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국민주가 국가경제에 일익을 담당한 것은 분명하다.
국민주는 급기야 주식투자자 500만시대를 열었다. 많은 사람이 제도권 경제 안에 수용됐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개미투자자들은 하루하루 변하는 주식시세에 일희일비한다. 시세판에 눈을 고정하고 하루를 소일한다. 몇초 사이에 변동하는 주가에 정신이 팔린다. 잠시 재미를 본 투자자는 더 큰 돈을 투자한다. 혹자는 퇴직금을 털었다느니, 은행대출을 했다느니하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주식시장은 매일 오르지 않는다. 단순명백한 논리에도 귀가 얇은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는 사그라질 줄 모른다. 결국 ‘주식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대부분 ‘쪽박’을 찬다. 기대에 대한 상대적 상실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상실감은 포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기로 변한다. ‘본전’생각에 경제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웬만한 주식투자자는 경제전문가다. 어렵다는 증권용어를 일상대화처럼 내뱉는다.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요, 어설프지만 대안까지 제시한다. 경제에 대한 관심은 부동산으로 이어진다.
이쯤 되면 국민이 온통 경제전문가이고 정책 입안자 이상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표류하면서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경제정책 입안자의 생각을 국민이 꿰뚫고 있는 것이다. 뻔히 들여다 보이는 정책, 그 위에 국민이 있다. 국민의 경제 지식수준을 높여 놓았으니 그 수준 이상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결국 정부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디지털산업부·이경우팀장@전자신문,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