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방송위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지상파DMB 정상화가 불투명한 가운데 KTF(대표 조영주)가 11일 지상파DMB특위(위원장 조순용)와 함께 지상파DMB 기술표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온 망식별부호(NIS) 기술 시연회를 가졌다. 이를 계기로 표준 제정 절차, 방송위의 유료화 방침 결정, 정통부의 기술표준 개선에 어떤 영향이 미칠 지에 시선이 쏠렸다.
◇시연 일단은 ‘성공’=KTF는 NIS를 적용한 휴대폰과 그렇지 않은 휴대폰을 놓고 각각 일반환경, NIS적용, NIS적용 중계망환경을 가정해 차별수신을 시연했다. 특히 △NIS 인증여부와 관계없이 재난방송을 모든 수신기에 보내는 시연과 △무료방송망과 유료중계망의 중첩지역에서도 문제없이 수신되는 시연 등을 차례로 공개했다.
◇표준화 절차에 관심=문제는 NIS를 도입하려면 기존의 표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지상파DMB 6개 사업자와 KTF 등은 이번 시연으로 TTA 실무반이 진행중인 표준화 절차에 영향을 미치고 NIS도입 표준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표준 업그레이드가 실무반 전체의 합의를 내지 못할 경우 32개 참여 회원사가 각각 한 표씩을 행사, 투표로 결정하게 돼 있지만 사실상 방송사업자와 네트워크사업자(KTF)가 주도하는 표준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기존 표준을 적용한 단말기를 NIS적용단말기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지 기술적인 판단이 엇갈리고 있으며, 비용부담 문제로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오성목 KTF 상무는 “일부 단말기를 제외하고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NIS망에서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제조업체 사장은 “기존에 개발된 단말기의 베이스밴드 칩을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스크램블을 풀기 위한 수신제한시스템(CAS) 인증 등 제조업체가 해야할 일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NIS를 실제 적용해서 문제가 없는지 증명하는데도 최소한 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TTA측은 이번 시연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시연이 NIS도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통부, 방송위 변할까=문제는 NIS가 아니라 유료화와 이를 위한 표준개정 여부다. 그러나 사실상 열쇠를 쥔 방송위와 정통부는 기존 입장의 변화를 보이진 않았다. 정통부 측은 “유료화는 방송위가 결정할 문제고 표준개정은 TTA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일의 순서는 유료화 결정 후 표준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은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지만, NIS 방식밖에 대안이 없다면 이 기술이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는지의 확인 여부가 중요하다”며 “시연성공을 가능성 확인에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그러나 “기술표준 문제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며 정통부와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용석·권건호기자@전자신문, yskim·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