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 융합`우리가 해낸다](18.끝)안치득 ETRI 디지털방송연구단장

 우리나라 최고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디지털방송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안치득 단장(49). 그는 지난 82년 ETRI에 입사해서 전전자 교환기 개발을 맡아 통신을 연구하고, 91년부터 지금까지는 디지털위성방송·지상파DTV·DAB·DMB 등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통신과 방송을 모두 연구했고, 기술을 담당하다 보니 지금 통·방융합을 둘러싼 싸움을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다고 한다.

안 단장은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보면 앞으로의 통·방융합 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공급자와 소비자가 분리돼 있던 인터넷이 지금은 다수의 이용자로 구조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P2P가 좋은 예다. 누구나 공급자가 될 수 있고, 동시에 소비자도 될 수 있다.

“통·방융합을 둘러싼 논쟁은 전송 네트워크를 누가 관리하느냐는 것인데, 인터넷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망 사업을 하는 공급자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네트워크 장사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은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지금의 통·방융합 시장에서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과거의 생각으로 굳이 나누지 말 것을 주문한다. 통신은 방송시장으로, 방송은 통신시장으로 1차원적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통·방융합에 따라 전혀 새로운 창조적 시장을 만들어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ETRI가 할 일이 있다. 통방융합 시대의 ETRI 역할은 “이용자 입장에서 향후 어떤 서비스가 요구되고 필요할까를 연구하고 이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대표적인 통·방융합 기술중의 하나로 꼽히는 지상파DMB를 예로 들었다. DTV 전송방식 해결책의 하나로 DMB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2001년이지만, ETRI는 이미 99년부터 기술개발을 해왔다. 미리 연구하고 준비한 것이 맞아떨어져서 지금 세계 최고의 DMB 기술을 보유하게 됐고, 상용화를 앞두게 됐다는 설명이다. 즉 앞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연구원과 기술이 맡아야 할 몫이라는 말이다.

다음에 올 것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맞춤형 방송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축구를 보더라도 사업자가 보여주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경기, 그 중에서 내가 보고 싶은 선수의 경기모습만 보는 것이 맞춤형 방송이라고 설명했다.

“신세대들의 관심은 다양하고 세분화돼 있습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김삼순의 옷·직업·성격·인간관계·액세사리 등 관심사가 서로 다릅니다. 이를 만족시켜주는 방송이 바로 맞춤형 방송입니다.”

이는 곧 통·방융합 시대의 핵심은 통신이냐 방송이냐의 플랫폼을 누가 갖느냐가 아니라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콘텐츠와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