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뒤면 출시될 모바일 3D 표준안이 업계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묻혀 태생부터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될 전망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산하 모바일3D표준화포럼(의장 양덕준)은 오는 10월경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모바일 3D 국내 표준안 1.0버전을 내놓고 TTA에 정식 등록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올초부터 3D 게임 비즈니스를 전개해온 SK텔레콤, KTF, 삼성전자 등은 이미 자체적인 3D 스펙을 만들어 사용중이라 표준이 발표되더라도 이를 얼마나 준용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제안될 3D 표준이 하이레벨 엔진을 지향하고 있지만 국내 솔루션사들의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공개에 적극 참여하지 않아 기존 해외 표준과의 차별성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부상했다.
◇표준 따로, 현실 따로=모바일3D표준화포럼은 지난해 4월 활동에 들어가 1년간 관련 표준 API를 제정해 왔다. 오는 10월 발표될 표준안에는 △3D 표현 기술 △애니메이션 구현 방법 △파일포맷 기준 등을 위한 API 등을 담을 예정이다. 문제는 표준 발표 이전부터 국내 이통사나 단말 제조사들이 3D 비즈니스를 전개해 왔다는 점. SK텔레콤과 KTF는 이미 자체 3D 스펙을 만들어 적용중이며 3D 게임폰을 개발한 삼성전자도 이통사와는 별도의 자체 스펙을 채택중다. 각사는 향후 표준 준용여부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라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실정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표준을 만든만큼 이를 준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아직 표준안이 나오지 않아 정확히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전략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표준이 크로노스그룹의 ‘오픈 GL-ES’를 수용, 기존 이통사나 단말 제조사의 표준과 어느 정도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표준 준용에 따른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자체 스펙을 통해 콘텐츠 장악력을 높여온 업체들이 쉽게 표준을 따를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국내 모바일 3D 표준은 국제 표준인 ‘오픈 GL-ES’와 달리 게임 구현 등에 필요한, 더욱 구체적인 API를 포함한 하이레벨 성격을 지향한다. 하지만 포럼에 참여한 국내 3D 엔진 개발사들은 자사 고유의 API 공개를 꺼리고 있다. TTA 산하로 출발한 포럼이 동영상과 관련된 MPEG 4 기술을 제외하고는 로열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 3D 엔진 업체들이 핵심 API 공개를 꺼리는 실정이다.
솔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표준안을 마련하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것이 현실”이라며 “3D API를 포럼에 공개해도 개발사에는 별다른 이득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핵심 비즈니스를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ETRI의 양광호 게임센터장은 “표준이 업계에서 준용되기까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콘텐츠의 호환성 마련, 유비쿼터스 환경 구현 등을 위해서는 API 단부터 표준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만큼 업계의 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표준이 안정화되기까지 성공모델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관건”이라며 “국내 표준을 크로노스그룹에 역제안하는 등 세계화 노력을 통해 표준의 위상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