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 장관의 이상한 화법

박승정

“휴대폰 불법 감청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줄곧 견지해온 불법 도·감청에 대한 소신이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5일 불법 감청이 실재했음을 고백할 때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국정원의 고백 이후 10여일이 지난 16일 진 장관은 그동안의 소신과는 다르게 휴대폰 유선중계 구간의 불법감청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유선중계구간에서 이동전화에 대한 불법감청은 국가정보원에서 발표한 대로 국가정보기관이 항만·공항이동통신을 이용, 합법적인 감청을 하던 과정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진 장관이 국가정보원의 기술력을 인정(?)할 정도로 태도가 바뀐 것일까. 진 장관은 이에 대해 “기존과 다른 것은 없다”면서 “그러한 기술적 가능성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진 장관은 휴대폰 무선구간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감청장비 개발과 도입, 운용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불법감청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 역시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기지국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유인책과 인력이 있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휴대폰 도·감청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만 ‘휴대폰은 현실적으로 도·감청이 안된다’는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이동교환기(MSC)에 감청장비만 간단히 설치하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진 장관은 또 주무장관으로서 국민이 불법감청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사실상 휴대폰 불법 감청이 불가능하다던 주무부처 장관이라면 사과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유감’이라는 공식 태도를 밝혔다. 진 장관 측은 이에 대해서도 “유감 표명이지 사과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불법 감청한 것에 대해 정통부 장관이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불법 도·감청을 막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정통부의 대책도 사정은 비슷하다. 합법 감청의 와중에 불법 도청이 행해졌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상황에서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기술력 제고니, 합법감청 추진이니 하는 것은 ‘진 장관의 화법처럼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